천장 뚫린 가계대출…5대 은행 쏠림만 키웠다

수도권-지방 부동산 양극화에
지방銀 대출 급감…입지 좁아져

7월 가계대출 5.5兆 증가했지만
'빅5'는 7兆 넘게 늘어 '온도차'
폭증한 가계대출이 대형 시중은행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경기 온도 차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관치 금리’로 금리 경쟁마저 가로막힌 상황에서 지방 및 외국계 은행이 대출 자산을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166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5조5000억원이었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감소가 두 통계 간 격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방은행의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이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부동산 가격 반등이 제한적이고 일부 역전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실제 지난달 은행권 집단대출은 총 2조원이 줄었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감소 규모는 1000억원가량에 불과했다. 전세대출 역시 은행권 전체로는 1조2000억원 쪼그라들었지만 5대 시중은행은 되레 4000억원 증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지방은행이 금리 경쟁 없이 수도권에서 시중은행과 맞서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인구 감소, 경기 침체에 더해 가계대출 경쟁에서도 대형 시중은행에 밀리면서 지방은행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하나금융그룹 산하에 있는 하나금융연구소가 ‘변화의 기로에 선 지방은행’이라는 보고서를 냈을 정도다. 이 연구소는 “시중은행들이 지방은행의 주요 대출처이던 지방 우량, 중견 기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은행의 전유물이던 시·도금고, 대학 주거래은행마저 대형 은행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지방은행 점유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 지방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중 상당액이 인터넷은행으로 이탈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은행에서 빼앗은) 저원가 조달을 기반으로 인터넷은행이 가계대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