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게임 개발자, 高연봉 대신 '홀로서기'

블루아카이브 만든 넥슨 개발진
퇴사 후 디나미스원 차려 독립
시프트업 대표도 엔씨 출신

VC 투자, 2년새 78% 줄었지만
게임사 IP 선점 경쟁에 '창업붐'
정보기술(IT)업계에 닥친 투자 한파에도 개발자들의 홀로서기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 흥행에 성공한 개발자들이 줄줄이 퇴사해 스타트업에 뛰어들고 있다. 퍼블리싱(유통) 사업을 넓히려는 대형 게임사들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제작은 스타트업, 유통은 대형 게임사가 맡는 분업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넥슨 일본 성공작 개발진 독립

20일 IT업계에 따르면 신생 게임사 디나미스원은 개발 중인 게임인 ‘프로젝트KV’의 소개 영상을 공개했다. 업계에선 이 게임이 일본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개 영상이 일본어로 제작돼서다. 디나미스원은 넥슨게임즈에서 서브컬처 게임 ‘블루아카이브’를 개발한 박병림 PD가 지난 4월 퇴사해 차린 회사다. 블루아카이브는 넥슨게임즈의 해외 성공작으로 첫손에 꼽힌다. 이 게임은 출시 3년이 지났음에도 지난달 일본 애플 앱스토어 시장에서 일간 게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박 PD를 포함한 블루아카이브팀은 게임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스타 개발자들로 구성돼 있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가 지난 상반기 수령한 보수(7억155만원)보다 많은 액수를 받았다. 김인 블루아카이브 아트디렉터(AD)는 8억6778만원을, 양주영 시나리오디렉터는 7억9902만원을 수령했다. 이들 2명은 지난 6월 넥슨게임즈를 퇴사해 디나미스원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 개발자들의 홀로서기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상장해 게임업계 시가총액 5위 규모로 회사를 키운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도 엔씨소프트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의 그래픽팀장 출신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나이트크로우’를 만든 매드엔진의 손면석·이정욱 공동대표는 넥슨게임즈에서 같은 장르 게임인 ‘V4’를 개발한 경력이 있다.

IP 확장 힘쓰는 대형 게임사가 투자

개발자 독립은 벤처캐피털(VC)의 게임 투자가 줄고 있는 최근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게임 전문 VC인 콘보이벤처스에 따르면 게임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 규모는 2021년 100억500만달러(약 13조3500억원)에서 지난해 22억5600만달러(약 3조100억원)로 2년 새 78% 급감했다. 국내 VC 투자액 중 게임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7.6%에서 지난해 2%로 줄었다.

최근 게임 스타트업의 자금원으로 떠오른 건 대형 게임사다. 게임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늘리고자 될성부른 지식재산권(IP)을 선점하려는 경우다. 컴투스는 지난 2월 에이버튼에 160억원을 투자했다. 에이버튼은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의 해외 개발과 민트로켓 브랜드를 총괄했던 김대훤 전 넥슨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하이브의 게임 자회사 하이브IM은 지난해 아쿠아트리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아쿠아트리는 넷마블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을 개발한 박범진 전 넷마블네오 대표가 차린 스타트업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