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인들, 왜 문 열고 에어컨 '펑펑' 트나 봤더니… [현장+]
입력
수정
문 열고 에어컨 '펑펑' 트는 명동…속사정 들어보니
전력 낭비 주범 '개문냉방'
상인들 "어쩔 수 없다" 하소연
2016년 마지막으로 단속 고시 없어
"에너지 사용량 통제 필요"
이를 의식하듯 이 일대 상점들은 대부분 매장 문을 활짝 연 채 영업하고 있었다. 기자가 전날 오후 6시, 이날 점심께 명동 일대의 각기 다른 상점 거리에서 상점 50여곳 이상 살펴본 결과, 손님이 오가지 않을 때 문을 닫아두는 가게는 이들 중 10곳도 채 안 됐다.
무더위에 온종일 밖에서 호객 영업을 하려면 문이라도 열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화장품 가게 직원인 진모 씨는 "밖에 종일 서 있어야 해서 문을 열어놔야 등 쪽으로 냉기가 와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며 "차라리 단속해서 다 같이 닫으면 몰라도 모두 이렇게 영업하는 이상 다들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가게의 사장인 이모 씨는 "여름철 문을 닫고 운영해본 적이 없어서 전기요금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생각해본 적 없다"며 "차이가 크다고 해도 10만~20만원 차이일 텐데 문을 닫아서 발생하는 매출 손해가 더 클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개문냉방이 불법이라는 걸 안다"면서도 "문을 닫아두면 손님들이 영업 안하는 줄 안다. 우리만 닫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털어놨다.
개문냉방, 전력량 66% 더 써
전력수요는 '역사상 최고'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9일 오후 6시(오후 5∼6시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95.6기가와트(GW)로, 전력 수급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여름 들어 신기록 경신만 다섯번째다.전문가들은 가게들의 개문냉방 영업이 대표적인 전력 낭비 사례라고 지적했다. 전력 사용량을 늘릴 뿐더러 동시에 거리에 뜨거운 열을 방출해 열섬 현상까지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자원 절약 측면에서 개문냉방은 전력을 의미 없이 낭비하는 케이스"라며 "현시점에서는 전기요금도 전력 구입단가에 비해 낮아 전력을 많이 쓴다고 한전의 적자를 메꿀 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이미 영국 등 해외에선 가정집의 전력을 국가가 차단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 소비에 대한 통제 수준이 높다"며 "논란이 일 수는 있겠으나 한국도 전력 사용에 대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