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먹방'…신유빈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 [김세린의 트렌드랩]

11회

'삐약이표 먹방'에 업계서 줄줄이 러브콜
모델 우선 선점…협업 신제품 출시 '경쟁'
"SNS 효과에 따른 반짝 인기 아냐" 분석
전 연령 팬층 수요 확보…'매출 효자' 되나
2024 파리올림픽 경기 중 '먹방'으로 국민의 큰 사랑을 받은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사진=뉴스1,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먹방’(먹는 방송)으로 관심을 받은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에 대한 관심이 올림픽 이후까지 뜨겁습니다. 식품업계는 신제품 출시와 모델 선정에 있어 트렌드를 민감하게 살피는데요. 그 일환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먹방 소재를 적극 활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신유빈의 먹방엔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화제성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뿐 아니라 신유빈을 ‘국민 여동생’이라 칭하며 환호하는 중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일까요. 보는 이들의 눈을 호강시키는 먹방을 선보인 ‘신유빈 효과’에 주목하는 업계 행보가 눈에 띕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편의점에선 신유빈의 먹방 아이템에 주목해 이를 실제 신제품으로 출시했습니다. 편의점 GS25는 지난 19일 신유빈과 함께 콜라보(협업)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해당 상품 출시는 신유빈이 경기 중 주먹밥과 바나나, 에너지 젤을 먹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된 뒤 SNS에서 큰 화제를 모은 것에서 착안했다는 설명입니다. GS25는 주먹밥 2종을 비롯해 반숙란 등을 담은 컵델리(소용량 반찬)을 선보이기로 했습니다.

회사는 이들 상품을 ‘삐약이 신유빈의 간식타임’이라고 이름지었는데요. 실제 신유빈이 경기 중 어머니가 만든 주먹밥을 먹고 힘을 냈다고 밝힌 점과 팬들이 부르는 애칭 ‘삐약이’에 착안한 것입니다. 패키지 디자인에 탁구대, 탁구채와 함께 신유빈 특유의 발랄함과 긍정적 얼굴 이미지를 담아낸 것도 특징입니다. 회사는 신유빈이 세대를 아우르며 국민적 사랑을 받는 만큼 협업 상품도 다양한 연령대에서 호응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GS25는 신유빈이 섭취해 품절 대란을 일으킨 에너지젤 ‘요헤미티 에너지겔’도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우리동네GS’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총 600개 한정 수량으로 풀리며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진행되는데요. 오는 10월부터는 전국 GS25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됩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출시 안 됐는데도 벌써 대량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할 정도여서 상당한 매출이 예상됩니다.회사는 앞으로 바나나, 구운 계란 등 ‘신유빈 먹방’으로 관심을 받은 상품을 연이어 출시할 예정입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신유빈이 지닌 긍정적 이미지가 GS25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GS25만의 트렌디(감각적인)하고 뛰어난 상품 소싱 능력을 입증할 것”이라며 “신유빈의 밝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매력을 담은 협업 상품들이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빙그레 제공
이에 앞서 빙그레는 올림픽 폐막 직후인 지난 16일 바나나맛우유 모델로 신유빈을 발 빠르게 선점했다고 밝혔습니다. 빙그레는 신유빈이 보여준 ‘바나나 먹방’이 제품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모델 발탁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특히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바나나를 이렇게 잘 먹는데 실제 바나나맛우유 모델로 신유빈을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신유빈은 이번 광고 모델료 중 1억원을 한국초등학교탁구연맹에 기부한 점이 알려지면서 호감도가 한층 상승했습니다. 신유빈 측은 “광고 모델 관련 협의를 진행하면서 한국 탁구 발전을 위해 빙그레와 함께 기부를 진행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빙그레도 신유빈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연맹과 지원방안에 대해 협의하기로 했습니다.빙그레는 이른 시일 내 신유빈의 영상 광고 등을 촬영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신유빈이 올림픽 기간에 보여준 활기찬 모습과 눈부신 성과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많은 응원이 됐다”며 “실제 신유빈이 평소 바나나맛우유를 좋아한다고 전해 들었다. 신유빈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바나나맛우유 이미지에 잘 부합하기 때문에 모델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SSG닷컴 제공
신유빈표 먹방에 힘입어 의외의 상품에서 매출 상승효과를 본 업체도 있습니다. SSG닷컴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식품 버티컬 전문관인 ‘미식관’을 통해 ‘거반도 납작 복숭아’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했는데 예약 첫날 준비한 물량 500세트가 완판됐습니다. SSG닷컴은 지난 5일 납작 복숭아 본 판매를 시작했는데 판매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사전 예약을 시작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해당 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SSG닷컴은 내년 납작 복숭아 계약 농가를 약 2배가량 늘려 물량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특히 내년엔 주력 재배 농가가 재배 5~6년차로 접어들어 수급이 원활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습니다. SSG닷컴 관계자는 “신유빈이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활약이 전국민적 화제를 모으면서 경기 중 먹은 납작 복숭아도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납작 복숭아는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과일이었던 만큼 이를 취급하는 국내 농가 판로와 매출이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귀띔했습니다.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신유빈이 먹방 하나만으로 유독 식품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은 기존 흐름과 조금 다르다.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 수요 공략을 위해 유튜브나 SNS에서 화제가 된 것을 신제품 기획에 적용하는 것 이상”이라면서 “단순 ‘반짝인기’에 떴다 질 수밖에 없는 상품군을 선보이려는 게 아니다. 신유빈에 대한 전 연령 팬층 관심에 힘입어 팬덤 효과로 소비자를 지속해서 끌어모을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신유빈은 경기 중 에너지를 얻기 위해 간식을 먹는 모습만으로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준 인물이다. 귀여운 애칭에 걸맞게 음식을 먹는 모습이 재미와 신선함을 준 것 같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연예인이나 유명 유튜버가 먹은 음식이라는 식의 호기심 기반 소비가 아닐 것”이라고 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