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쏟아낸 해리스…법인세·최저임금 다 올린다

새 정강 '트럼프와 극과 극'

임대료 인상 2년간 5%로 제한
다국적 기업의 해외수익 세율도
현재의 두 배인 21%로 인상 예고

해리스의 경제 정책 시행되면
정부부채 10년간 1.7조달러 증가
"부자·대기업에 증세 폭탄" 지적
< 해리스 대선 후보 추대식 >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19일(현지시간) 당원들로 가득 찬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의 무대에 오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모습이 대형 전광판에 비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22일까지인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로 정식 지명된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19일(현지시간) 전당대회에서 새 정당강령을 승인했다. 새 정강은 법인세율 인상,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상한제 도입 등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다수 담았다.
민주당은 새 정강 첫머리에서 ‘부(富)가 아니라 노동에 보상하는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내세웠다. 부자와 대기업에 증세하고, 중산층 이하에는 세금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 기조다.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5%에서 21%로 끌어내린 법인세율을 다시 28%로 올리겠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대선 후보의 법인세율 공약 차이에 대해 “미국 경제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이 법인세율을 28%로 올리면 호주(30%), 독일(29.9%), 일본(29.7%) 등에 이어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국가가 된다. 법인세율 조정은 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또 정강에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15%)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해외 수익에 대해 납부하는 세율을 현재의 두 배인 21%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2026년까지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현재는 7.25달러)로 인상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치솟는 물가와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한 정책도 제시됐다. 민주당은 대규모 주택 임대사업을 하는 기업에 2년간 임대료를 5%만 올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키지 않으면 연방정부에서 받은 세제 혜택을 거둬들인다는 방침이다. 임차료를 온라인으로 낼 때 추가로 붙는 수수료 등 각종 부당한 수수료(junk fee)를 지목하고 이를 없애겠다고도 했다. 생애 첫 주택을 사거나 처음 집을 팔 때는 1만달러(약 1330만원)의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에너지·산업 정책도 그대로 유지한다. 민주당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규 승용차의 50%를 전기차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또 학교 버스, 대중교통 버스, 우체국(USPS) 차량 등을 전기차로 바꾸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외교 정책에 관해서는 한국을 주요 동맹국으로 언급하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관계에서 다자주의를 복원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이 필수 재화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일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며 전략적 ‘독립’을 내세운 것과 결이 다른 지점이다.민주당은 무상 유아교육 도입,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 경감, 무상 커뮤니티칼리지 도입, 교사 처우 개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도 정강에 담았다. 지난 16일 초당적 기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의 국가 부채가 향후 10년간 1조7000억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