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횡재세에 멈춰버린 북해 유전 시추…"노동당 집권에 더 긴장"

사진=REUTERS
영국 정부의 횡재세(초과이윤세) 부과로 석유가스 업계의 유전 시추 계획이 와해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로버트 피셔 핑 페트롤리엄 회장은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책 불확실성은 우리가 신속하게 돈을 쓰고자 하는 의지를 줄인다"며 "만약 우리가 돈을 쓰고 정책이 바뀌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상당한 매장량을 가진 유전에서도 떠나고 있다"고 했다.핑 페트롤리엄은 2022년 엑스칼리버라는 대형 선박을 구입했다. 엑스칼리버는 해상 유전 플랫폼 근처에 배치돼 해저에서 시추된 석유를 받아 저장 및 처리한 후 탱커로 옮기는 부유식 선박이다.

핑 페트롤리엄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해당 선박에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이 선박을 전기로 구동하는 1억 파운드짜리 개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영국 정부의 횡재세 연장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졌다는 판단에서다.

노동당 정부는 지난달 선거 전 공약을 이행해 석유 및 가스 회사에 대한 세율(기본세+횡재세)을 3% 포인트 인상해 78%로 올렸다. 또한 2022년 5월 당시 보수당 정부가 도입한 횡재세의 적용 기간을 2030년까지 1년 연장했다.투자은행 스티펠의 크리스 휘튼 애널리스트는 "노동당의 횡재세 변경으로 재무부에 약 40억 파운드가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새로운 국영 재생 에너지 투자 회사인 GB 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해 목표로 한 60억 파운드보다 적은 금액"이라며 "(횡재세 변경으로) 영국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약 110억 파운드의 세수를 잃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정부가 논의 중인 횡재세를 계속 시행하면 영국 에너지 생산에서 절벽 끝에 서게 될 것"이라며 "업계가 경쟁력을 잃어 투자, 생산 및 일자리, 그리고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석유가스 산업은 이미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북해 전환 관리국에 따르면 1998년 433만 배럴이었던 하루 평균 석유 생산량이 작년에는 127만 배럴로 줄어들었다. 규제 기관은 2030년에는 생산량이 일평균 73만 배럴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