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안락사해 같이 묻어줘"…알랭 들롱 과거 발언 주목

생전 인터뷰서 키우던 반려견 안락사해 같이 묻히고 싶다고 발언
동물보호단체 반발 "동물 생명, 인간이 좌우하면 안 돼"
유족, 반려견 안락사 않고 계속 키우기로
지난 18일(현지시간) 별세한 프랑스의 배우 알랭 들롱./사진=AFP
최근 88세의 나이로 별세한 프랑스의 유명 배우 알랭 들롱의 생전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들롱은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을 안락사해 함께 묻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멀쩡한 반려견이 순장 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유족들은 반려견을 안락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알랭 들롱은 프랑스 중부 두쉬에 있는 자택에서 18일 세상을 떠났다. 생전 알랭 들롱은 반려견 '루보'를 안락사해 자신과 함께 묻어주길 바란다는 소원을 밝혔다. 올해 10살이 된 루보는 벨지안 말리누아종이다. 들롱은 2014년 보호소에서 루보를 입양해 키워왔다.들롱은 반려견을 많이 기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1년 두쉬에 정착한 들롱은 사유지 내에 묘지를 만들어 자신이 길러온 반려견 수십 마리의 유해를 안치해 왔다. 병이 악화하기 전 들롱은 반려견들 곁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들롱은 2018년 프랑스 현지 잡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루보에 대해 "그는 내 인생의 마지막 개다. 난 그를 아이처럼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내가 먼저 죽으면 수의사에게 우리를 함께 데려가 달라고 요구할 것이고, 내 팔에 안긴 채 안락사될 것"이라며 "그가 내 무덤 위에서 큰 고통을 겪으며 죽음을 택할 걸 아느니 그게 낫다"고 언급했다.

이 인터뷰 내용은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건강한 반려견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안락사해 함께 묻겠다는 내용이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을 불렀다. 들롱이 별세했다는 소식에 해당 발언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며 논란이 불거졌다. 프랑스 동물보호협회(SPA)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물의 생명이 인간에 좌우되어선 안 된다. SPA는 기꺼이 그의 개를 데려가 (새) 가족을 찾아주겠다"고 밝혔다.하지만 동물보호단체인 브리지트 바르도 재단은 들롱의 딸 아누슈카에게서 루보를 안락사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알렸다. 재단 대변인은 "아누슈카 들롱과 통화했고 그는 루보가 가족의 일부이며 계속 키울 것이며 그 개는 안락사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들롱의 세 자녀는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성명에서도 "알랭 파비앙, 아누슈카, 앙토니, 루보는 아버지의 별세를 발표하게 되어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루보의 이름을 자신들과 함께 언급했다.

들롱은 '태양은 가득히'(1960),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1966), '사무라이'(1967) 등 9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프랑스 대표 미남 배우로 손꼽혔다.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투병 생활을 해왔다. 이후 들롱을 돌봐준 일본인 동거인과 들롱 자녀들 간 불화설, 들롱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자녀들 간 고소전이 벌어져 씁쓸한 말년을 보내다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