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는 매력 없다" 투자자들 '변심'…이곳에 뭉칫돈 몰렸다

달러 약세에 '달러 캐리 트레이드' 등장
달러 빌려 브라질 등 신흥국에 투자
사진=AP
미국 달러화에 강하게 베팅하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고금리의 다른 신흥국 통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면 당분간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봐서다.

21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전 1시 기준 101.47로 약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도 이때문이다. 미국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화를 빌려 신흥 시장에 베팅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마저 등장했다.

달러 빌려 투자

전날 시티그룹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는 3월 이후 가장 저점으로 떨어진 채 거래되고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해 헤지펀드는 8월 초부터 브라질 헤알화와 튀르키예 리라화를 포함한 신흥시장 통화를 매수하는 데 달러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씨티그룹의 FX 퀀트 투자자 솔루션 글로벌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카시코프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포지션 심리가 훨씬 더 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미국의 금리 인하를 추측하는 환경이 위험 선호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뉴욕 월가에선 Fed의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67.5%다. Fed가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지난 19일 24%에서 32.5%로 올랐다. 에버코어ISI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2~24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침체 가능성에 뒤늦게 대응했을 때 생길 부작용을 고려하고 있어서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한 달 전 연 4.29%에서 이날 연 3.81%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에게 달러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통화 매수에 돌입했다. 특히 정책 금리가 연 10.5% 수준인 브라질 헤알화 매입이 활발하다.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지난 1일 5.75헤알에서 이날 5.48헤알로 하락(헤알화 가치 강세)했다.5200억 달러의 신흥국 채권을 총괄하는 런던 소재 JP모간체이스 신흥국 채권 글로벌 책임자 피에르-이브 바로는 “신흥국 채권이 올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지수에 따르면 신흥시장 달러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 상승 속도가 1년 내내 유지된다면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미국 채권 수익률의 두배에 달하는 것이다.

해리스 부상도 달러 약세 부추겨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고립주의에 따른 관세 인상과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Fed가 또다시 금리를 올리거나 현재 금리 수준을 예상보다 길게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다.

월가에선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 이같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투자은행 매쿼리는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영향을 받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뜻하는데, 트럼프 트레이드 약화로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 흐름도 덩달아 약해졌다는 뜻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