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로봇굴기…2000만원 휴머노이드 등장

산업 리포트

美·中 로봇 전쟁 2라운드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G1' 출시
업계 최초로 판매 가격 공개
테슬라의 '옵티머스'보다 저렴

中 애지봇 등 로봇社 대거 포진
피규어AI 등 美 업체와 격전예고
중국 로봇 개발사 유니트리가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공개했다. 공장과 가정에서 모두 쓸 수 있는 G1의 가격은 1만6000달러(약 2000만원)에 불과하다. 미국과의 로봇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는 분석이다.

○中, ‘가성비’로 시장 공략

21일 유니트리가 공개한 G1은 회사가 1년 전 처음 선보인 ‘H1’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높이와 무게는 각각 1.31m·35㎏이다. 시간당 7㎞ 이상의 속도로 걸을 수 있다. 팔, 다리, 몸통에 장착된 전동 조인트(기계와 부품이 결합하는 부분)를 통해 23개의 동작 자유도를 갖춰 상황 대처 능력을 높였다.

H1의 단점으로 지적된 뭉툭한 손도 개선됐다. 미세한 손가락 제어를 통해 전선 납땜이나 프라이팬 음식을 뒤집는 작업도 수행한다. 9000mAh 배터리팩을 갖춰 1회 충전 시 2시간가량 구동이 가능하다. LED(발광다이오드) 램프가 장착된 머리에는 라이다 센서와 ‘인텔리얼센스 D435’ 카메라 기반의 비전 시스템이 탑재돼 3D로 주변 지형지물을 인식한다.

가장 큰 경쟁력으로는 저렴한 가격이 꼽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옵티머스 2세대 가격을 2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시장에선 옵티머스를 두고 ‘최고의 경제성을 갖춘 로봇’이라고 평가했지만, G1은 이보다 더 저렴하다. 피규어AI의 ‘피규어 02’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이보다 더 비쌀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아울러 이들 로봇은 공장 투입용으로 제작됐지만, G1은 소비자 판매 등 범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애지봇도 출격 대기

중국의 ‘로봇 굴기’를 이끄는 기업은 한두 곳이 아니다. 로봇 스타트업 애지봇의 창업자 펑즈후이는 지난 18일 휴머노이드 5종을 공개했다. 대표 모델인 ‘위안정 A2’는 키 175㎝, 무게 55㎏의 이족 보행 로봇으로 다양한 센서를 장착했다. 보고 들을 수 있고 문자·음성·영상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으로 구동되며 바늘에 실을 꿰는 것과 같은 정교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오는 10월 출하를 시작해 연말까지 총 300대를 내놓는 게 목표다.

중국은 정부가 앞장서 휴머노이드 산업을 육성 중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과 발전에 관한 지도 의견’에서 2025년까지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춰 휴머노이드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정부 주도의 휴머노이드 생태계를 구축한 중국은 21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월드로봇콘퍼런스 2024’에서 총 27종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며 기술을 뽐냈다. 유니트리와 애지봇을 비롯해 유비텍, 로봇에라 등이 이번 행사에서 시제품을 내놨다.

한국은 휴머노이드 산업의 불모지다. KAIST 연구진이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외에 이렇다 할 후발 주자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카이퀘스트테크놀로지는 휴머노이드 시장이 2021년 14억8000만달러에서 2030년 349억6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