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한양행 렉라자 '대박' 예감…제약 강국 초석 되길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았다. 한국 신약은 지금까지 총 아홉 번 FDA 승인을 받았으나, 항암제는 매번 고배를 마시다가 이번에 FDA 관문을 처음 통과했다.

렉라자는 미국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의 ‘리브리반트’와 함께 투약하는 병용 요법으로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肺癌)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가 작으면 소세포폐암, 작지 않을 경우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되는데, 80%가량이 비소세포폐암이다. 1차 치료제는 병원에서 폐암 진단 후 바로 처방하는 치료제로 2차 치료제에 비해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다.렉라자의 세계 시장 경쟁 상대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굴지의 제약회사로, 타그리소는 비소세포폐암 시장의 절대 강자다. 임상시험 결과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타그리소의 효능을 크게 앞섰다. 환자의 사망 위험을 30% 낮췄고, 암 진행 없이 생존하는 기간인 무진행 생존 기간은 9개월 길었다. 타그리소 독주 체제를 무너뜨릴 ‘대박’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얘기다.

이번 렉라자의 FDA 승인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한국 제약업계 신약 개발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첫째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 간 기술 협력인 ‘오픈 이노베이션’의 모범 사례다.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물질 개발 단계에서 렉라자를 도입해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또 하나는 글로벌 빅파마와 손잡고 최종 상용화를 성사시켰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에 12억550만달러를 받고 기술 수출했다. 유한양행은 앞으로 얀센의 판매에 따라 로열티를 받는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제약산업은 반도체, 자동차산업을 능가하는 미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제약업계도 의약품 수입이나 제네릭(복제약) 생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로 생존을 모색할 때다.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250억달러(약 33조원)로, 국내 의약품 전체 시장(31조원) 규모보다 크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으로, 기업은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줄탁동시(啄同時)로 제2, 제3의 렉라자를 탄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