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 감시에도 '민심 탈주' 못 막았나…올 상반기 105명 탈북

뉴스플러스

접경지 군인도 지뢰매설 등 투입
고강도 노동 탓 경계에 '구멍'
대북방송도 민심악화 불붙인 듯

전문가 "체제 불만 커지는 추세"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올 상반기에만 100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줄어들었던 탈북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2주 동안에도 군인을 포함한 북한 주민 두 명이 걸어서 휴전선을 넘는 등 탈북 방식도 과감해지는 추세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해 복구 현장을 찾는 등 애민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민심 이반’이 거세지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측으로 넘어온 탈북민은 196명으로,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된 2022년(67명)과 2021년(63명)에 비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105명이 우리 측으로 입국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도 탈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북한 주민 한 명이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걸어서 인천 교동도로 귀순했다. 20일에는 북한군 한 명이 동해선 인근을 통해 강원 고성으로 귀순했다.통일부의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정권은 국경 지역 철조망에 전기를 흐르게 하고, 철조망을 따라 폭탄과 유리 조각을 까는 등 주민들의 탈북을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귀순이 이뤄진 고성 동해선 인근과 교동도 일대는 북한 당국의 경비가 특히 삼엄한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군의 탈북이 일어날 정도로 내부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지뢰 매설과 방벽 설치 등 작업을 벌이면서 군인들이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며칠 새 귀순이 발생한 지역은 단골 탈북 루트이기 때문에 그동안 이 지역의 경계 군인은 고된 작업에 투입되지 않았을 텐데, 최근 이들마저 작업에 동원되면서 업무 과중으로 경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엘리트 계층 탈북민까지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도 민심 이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고 한 달이 지난 만큼 본격적으로 심리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확성기 방송에는 ‘지옥 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 ‘무능한 독재자 김정은’처럼 북한 주민들의 탈북 의지를 깨우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