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공결 시 소변검사 의무화" 논란…서울예대, 열흘 만에 철회

"인권침해" vs "악용 방지에 필요" 갑론을박
서울예대 전경. /사진=서울예대 홈페이지
생리공결을 사용하려면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은 뒤 서류를 제출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을 강화해 논란이 불거진 경기 안산시 서울예술대학교가 열흘 만에 해당 규정을 철회했다.

22일 서울예술대학교에 따르면 전날 학교 게시판 공지사항에는 '생리공결 서류제출 강화 철회 및 향후 운영방안 안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대학 측은 안내문에서 "최근 생리공결 사용과 관련해 증빙서류를 강화하고자 하였으나 증빙서류의 의학적 근거 부족 등의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총학생회와 논의를 통해 올해 2학기는 자율적인 개선과 계도기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학생회가 주도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자정노력 캠페인과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2학기 생리공결 사용 현황을 자세히 파악해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추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예대는 지난 12일 생리공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은 뒤 관련 사항이 기재된 진단서 또는 진료확인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2024-2학기 생리공결 출석 인정 안내 사항'을 게시해 논란을 일으켰다.대학 측은 이 공지에서 "2022년 1학기 총학생회의 요청으로 진단서에 더해 진료확인서까지 생리공결의 증빙서류로 허용했으나 이후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2024년 1학기에는 출석 인정 결석의 53.5%가 생리공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리공결 사용을 위해서는 진단서 혹은 진료확인서에 반드시 소변검사를 실시했다는 문구가 기재돼야 한다"고 했다.
/사진=서울예대 홈페이지 캡처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게시글에 9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누리꾼들은 "개인적인 일로 결석해도 생리공결을 쓰는 악용사례가 실제 있다", "이런 제도가 있어야 진짜 아픈 사람만 생리공결을 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피가 섞인 소변을 제출해야 한다니 인권침해다", "악용하는 몇몇 때문에 생리통으로 진짜 고통받는 사람들만 피해 본다",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겠으니 공결을 내겠다는 것인데 소변검사를 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안산지역 정치계에서도 서울예대의 조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보당 안산시위원회는 전날 서울예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리공결 취지와 월경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 및 여성혐오적 조치"라며 "즉각 반인권적인 월경인증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의료계에서는 소변검사로는 생리통 증상 유무나 생리 여부를 정확히 판별할 수 없어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한편 생리공결제도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2006년 3월부터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도입했다. 대학의 경우 제도 도입이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생리공결제도가 없는 대학도 있고 구체적인 운영방식도 대학별로 정하고 있다.

서울예대의 경우 내부규정에 따라 생리공결은 진료 일자에 해당하는 하루 동안 낼 수 있으며, 학기 중 3회까지 신청할 수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