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공급망 기반 위에 AI·DX 시너지 키워야"

한일경제경영국제학술대회
양국 전문가 140여명 참석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 동반자로서 함께 발전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형오 한일경상학회장(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사진)은 22일 서울 청파로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38회 한일경제경영국제학술대회’ 개회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한·일 기업 간 협력 방향성도 달라져야 한다”며 “에너지 반도체 전기차 등 미래 경제 핵심 분야에서 양국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일경상학회가 주관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총 140여 명의 한·일 학계 및 기업 인사들이 참석해 ‘한·일 기업 간 협력 현황과 방향’을 주제로 논의했다. 한일경상학회는 한·일 양국 경제·경영 분야 내 상호 협력 증진을 목표로 1983년 설립된 연구 단체다. 한·일 양국 경제·경영학 교수 및 박사급 연구원 6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기조연설을 맡은 서석승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은 “단기적인 양국 기업 간 협업으로는 가시적인 무역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먼저 양국의 공급망을 견고하게 구축해 가면서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연료전지 등 혁신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국의 입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한·일 민관 소통 플랫폼이 부재한 것도 산업 협력이 부진한 원인”이라며 “양국 정부 모두 관심을 보이는 산업 분야 내 공동 연구개발(R&D) 및 펀드 등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양국 정부가 주도해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면 민간 투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업상 리스크를 공동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한·일 기업 간 협력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한국 중소기업의 한·일 협력 성공 사례’를 주제로 발표한 최호형 대성하이텍 대표는 “대성하이텍은 2014년 75년 전통의 일본 자동선반 브랜드를 인수하고 스위스턴 자동선반 시스템을 국산화했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시장 파이도 키웠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주항공, 전기차,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정밀기계 부품을 빠르게 가공할 수 있는 스위스턴 자동선반은 세계 10개 안팎의 회사만 제작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은 정밀 가공 장비다. 대성하이텍은 일본 회사 3곳 다음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