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피신' 中 태양광 공장 줄폐업

美, 동남아산 패널에도 관세폭탄
중동 등 다른지역으로 이전 검토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겨냥한 미국의 관세 조치로 동남아시아도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미·중 무역 갈등을 피해 동남아에 세운 태양광 모듈 공장들이 미국 당국에 의해 중국산 패키지로 엮여 ‘관세 폭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룽지그린에너지, 트리나솔라 등 중국 기업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4개국에 지어놓은 태양광 모듈 공장의 운영을 중단하거나 공장을 폐쇄하는 등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현재 25%인 중국산 태양광 모듈 관세율을 5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며 동남아 역내 다섯 개 기업에도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어서다.

중국과 동남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룽지그린에너지는 이미 베트남에서 다섯 개 생산 라인을 중단하고 말레이시아 공장 운영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트리나솔라는 동남아 지역에서 일부 공장을 폐쇄할 계획을 세웠다. 징코솔라는 이미 말레이시아의 한 공장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청정 에너지 기술 시장에서 중국에 넘어간 지배력을 탈환하기 위해 무역 전쟁을 벌이자 세계 공급망 전반에 연쇄적 혼란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저가 공세에 시달린 미국 태양광 패널 기업은 정부에 “동남아 4개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태양광 제품에 최대 272% 추가 관세를 부과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NEF는 동남아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30~5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에너지 컨설팅 기관 우드매켄지의 야나 흐리슈코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 연구책임자는 “현지 중국 공급 업체들의 분위기는 생산 라인을 전부 싸 들고 (관세를 피할 가능성이 있는) 인도네시아나 라오스 또는 중동으로 옮기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업체만 미국의 관세 수준이 결정되기를 기다리면서 이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