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잠재부실 채권비율…캐피털사 신용강등 위기

대규모 대손준비금 쌓아 적자도
금융위원장 "건전성 철저 관리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진 가운데 주요 캐피털사의 잠재위험 채권 비율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주요 캐피털사의 올해 상반기 요주의 이하 채권 비율은 두 자릿수로 집계됐다. 요주의 이하 채권은 신용 상태가 양호해 회수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정상 채권을 제외한 부실 위험 채권이다. 이미 채권 회수에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채권과 현재 원리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차주의 신용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 채권을 포함한다.

DB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잠재위험 채권 비율이 22.71%에 달했다. 전년 말(7.43%)보다 15.28%포인트 급등했다. 엠캐피탈은 같은 기간 5.47%포인트 오른 21.69%로 나타났다. 신한캐피탈은 5.63%포인트 뛴 15.43%였다. OK캐피탈은 전년 말(36.93%)보다 소폭 하락한 36.71%를 기록했지만, 회수가 불가능한 고정 이하 채권 비율은 10.94%에서 24.72%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일부 캐피털사는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대규모 대손준비금을 쌓으면서 조정손익이 적자를 나타냈다. 신한캐피탈은 1046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대손준비금 전입액이 1513억원에 달했다. 대손준비금을 반영한 신한캐피탈의 조정손익은 530억원 적자였다. 한국투자캐피탈은 14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대손준비금(554억원)을 반영한 조정순손실은 410억원이었다.캐피털 업권에서는 신용등급 줄강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털사는 주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엠캐피탈, 롯데캐피탈, OK캐피탈 등은 이미 상반기에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을 발행하는 일부 캐피털사는 신용평가사를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다동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업권 간담회에서 캐피털사에 대해 “가장 시급한 현안인 부동산 PF 연체 채권 등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부실채권 정리를 원활히 이행해야 한다”며 “자본확충 등을 통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도 갖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