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자 환자 3배 폭증한 '이 질환'…의사들 경고 [건강!톡]

식중독, 코로나 끝나자 3배 늘었다

식약처 2023년 식중독 현황 분석
코로나 전후 식중독 발생 건수 '껑충'
7·8월보다 9월에 더 발생
"가급적 음식 소량 구매·조리 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역대급'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집단 식중독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23일에는 경기 안성 소재 중학교서 급식을 먹은 학생 40여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고, 22일에는 경남 창원의 냉면 전문점 손님 60여명이 집단 식중독 증상을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

코로나19 기간 역대 최저수준으로 감소했던 식중독 환자가 팬데믹이 끝난 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돼, 식중독 감염에 주의가 요구된다. 식중독이란 식품 속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나 유독물질을 섭취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보통 세균 섭취 후 72시간 이내에 발병한다.

'장염'과 증상이 유사해 식중독과 장염을 구분 없이 혼용하기도 한다. 두 질환 모두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발열이 대표적인 증상이고 증세가 심할 경우 세균 배양 검사 후 수액 공급이나 항생제 투여 등의 치료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장염은 말 그대로 소장이나 대장에 염증이 발생한 현상을 이르는 단어로, 두 질환은 감염 경로에 차이가 있다. 예컨대 장염은 식중독균이 아니더라도 로타바이러스 등으로 발생할 수 있고, 식중독은 식중독균을 섭취해야만 발생한다.대개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살모넬라·캄필로박터·황색포도상구균 등의 세균들은 4~60˚C의 온도에서 증식한다. 식중독이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 뜨거운 음식은 60˚C 이상으로, 찬 음식은 4˚C 이하로 보관하면 세균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데 여름철엔 음식을 상온에 두면 이를 지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철 날씨에 식중독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6월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감염병연구부 수인성질환팀 직원이 식중독균 배양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3년 식중독 발생 현황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식중독 발생 건수는 359건이며 환자 수는 8789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2020년 식중독 발생 건수는 164건, 환자 수 2534명이었다. 발생 건수는 2배, 환자 수로는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격이다.

2020~2022년 코로나19 유행 시기 3년간 평균 발생 건수인 240건, 환자 수 4398명과 비교해도 지난해 발생 건수와 환자 수는 각각 1.5배, 2배로 뛰었다. 식약처는 식중독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로 위생 수칙을 포함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의 완화를 꼽았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손 씻기 등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준수하던 것에 비해 다소 소홀해졌다는 설명이다.박윤선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에 더해 "단순히 마스크 착용 유무로 식중독 발생 건수가 달라지는 건 아닐 것"이라며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외출과 외식을 자제하면서 식중독균과 접촉할 상황 자체가 줄었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중독은 조리된 음식뿐 아니라 수영장 물, 음료 속 얼음, 바닷물 섭취로도 발생한다"며 "기온이 높지 않은 봄철에도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처럼 가을이 다가오는 지금도 방심할 수 있는 시기"라고 경고했다.

실제 식약처의 월별 식중독 발생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9월에 1590명의 식중독에 걸려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7월 1563명, 8월 977명이 뒤를 이었다. 식약처도 이러한 결과를 제시하면서 9월에도 낮 기온이 여전히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끝으로 박 교수는 "당분간 음식은 냉장·냉동이더라도 가급적 보관을 피하고 소량씩 조리·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