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떠나자 '110억 적자' 대충격…YG, 어쩌다가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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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빅뱅, 2NE1, 블랙핑크까지 K팝 2~3세대를 주름잡았던 YG엔터테인먼트(122870)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 회사를 지탱할 캐시카우 아티스트 발굴이 주춤한 가운데 기존 핵심 IP(지식재산권)의 공백까지 생겨나면서 올 2분기 '110억 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YG, 2분기 110억 적자 '어닝 쇼크'
블랙핑크 활동 無…완전체도 내년 전망
치열한 신인 경쟁 속 새 IP 성장 속도 더뎌
하반기 메꾸는 아티스트도 신인 아닌 2NE1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연결기준으로 올 2분기 매출 900억원, 영업손실 110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43.1%, 영업익은 39.8% 줄면서 적자 전환했다.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건 블랙핑크의 빈자리다. 블랙핑크의 월드투어가 진행됐던 지난해 YG는 1115억의 콘서트 공연 매출을 달성했던 바다. 하지만 올해는 반기 말 기준 콘서트 공연 매출이 90억에 그치는 상황이다. 결국 하반기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셈인데 블랙핑크의 컴백과 월드투어는 내년으로 넘어간 상태다.
이에 YG에서는 2NE1 카드를 꺼냈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은 2NE1은 오는 10월 4~6일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콘서트 '웰컴 백 인 서울(WELCOME BACK IN SEOUL)'을 개최한다.
데뷔곡 '파이어(Fire)'를 시작으로 '아이 돈트 케어(I Don't Care)', '론리(Lonely)', '어글리(Ugly)', '내가 제일 잘 나가', '캔트 노바디(Can't Nobody)' 등 다수의 곡을 히트시킨 K팝 대표 걸그룹인 만큼, 10년 6개월 만에 열리는 이들의 단독 콘서트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박' 행진을 터트렸다.현재 2NE1에 대한 상표권을 YG가 가지고 있어 회사를 떠난 멤버들이 기존 팀명으로 완전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YG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2NE1은 서울 공연 이후 11월 말 일본 고베 월드홀, 12월 초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공연한 뒤 이어 글로벌 투어 일정을 더욱 확대해 내년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2NE1의 활약에 힘입어 YG는 상반기보다는 나은 하반기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부진의 늪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하지만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내년 역시 블랙핑크의 컴백과 월드투어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YG가 의지하고 있는 2NE1과 블랙핑크 모두 소속 아티스트가 아닌 '집 떠난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매출 증대를 가져올 슈퍼 IP임은 분명하지만, 꾸준하고 안정적인 활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완전체 활동' 자체가 점점 이벤트성으로 보일 여지가 크다는 말이다.
결국 신인을 발굴하고 성장시켜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미 모든 엔터테인먼트가 신인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고, 신인을 회사의 주요 동력으로 만드는 데 성공시킨 사례도 많다. YG는 "올해는 저연차 IP를 정상급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투자 원년으로 봐달라"라고 했지만, 에스파·뉴진스·라이즈·아일릿·투어스 등이 차세대 그룹 선두에 선 가운데 후발주자로 베이비몬스터를 내놨다.부리나케 선발대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면서 2023년 11월 데뷔한 베이비몬스터는 이례적으로 데뷔일을 변경하기도 했다. 멤버 아현의 합류와 함께 데뷔일을 올해 4월 1일로 바꿨다. 이후 아이돌 실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들은 '실력파 그룹'으로 주목받아 화제성에 불이 붙기도 했지만, 해외 팬미팅 투어를 돌면서 자리를 비운 사이 이 또한 금세 사그라들었다. 에스파와 뉴진스는 물론 신예 키스오브라이프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배 그룹'들과의 경쟁까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제로베이스원의 높은 앨범 판매량과 일본 현지화 그룹인 JO1·INI의 인기 덕에 2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6.4% 증가한 CJ ENM 음악 부문은 기세를 이어 '아이랜드2'를 통해 결성된 걸그룹 이즈나를 론칭한다. 이즈나는 YG의 간판 프로듀서였던 테디가 프로듀싱한다.
이와 별도로 테디는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더블랙레이블에서도 오는 9월 걸그룹 미야오를 데뷔시키며 본격적인 제작자 행보를 걷는다. 빅뱅·2NE1 성공의 주역인 테디는 2016년 더블랙레이블을 설립한 이후로도 블랙핑크의 히트곡을 대부분 만들었다. 묵묵하게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해 오며 YG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지대한 공헌을 해온 인물이기에 K팝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더블랙레이블은 YG 산하 레이블로 출발했지만, 현재 YG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투자 관계로만 이어져 있다. YG의 지분율 역시 2020년 말 45%에서 올 1분기 말 21.59%로 줄어들었고, 더블랙레이블은 기존 YG 건물에서 나와 이태원에 사옥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독립'이다. 이에 따라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는 'YG 걸그룹 vs 더블랙 걸그룹', '선배 양현석 vs 후배 테디' 구도에서 매겨지는 평가 부담까지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단 YG도 신인 발굴에 더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양 총괄 프로듀서는 내년 계획을 밝히며 가칭 '넥스트 몬스터'가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비몬스터와 트레저의 월드투어도 예정돼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5년에는 블랙핑크의 컴백 및 월드투어와 베이비몬스터의 첫 수익화, 신인 남자 그룹의 데뷔 등으로 실적과 모멘텀이 모두 집중되어 있는 해가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3분기는 일시적인 컴백 공백에 상각비 부담이 겹치면서 또 한 번의 적자가 예상되며 연간으로는 100~200억원 내외의 영업적자를 전망한다"고 덧붙였다.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2분기 대규모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며 "비용을 조정하지 않으면 현재 매출 수준에선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