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영화’처럼 엮인 서울시립미술관 4곳의 공동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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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SeMA 옴니버스'서소문 본관을 비롯한 서울시립 4개의 미술관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하나로 연결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이 서소문 본관과 함께 남서울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등 3개 분관에서 동시에 공개되면서다. 전시 주제도 '세마(SeMA) 옴니버스'다. 독립된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인 옴니버스 영화처럼, '서울시립'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각 미술관에서 모두 독립된 소장품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서소문 본관 전시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
4곳의 미술관을 하나로 이어 선보이는 전시 구성도 서울시립미술관이 '연결'이라는 의제를 내세우며 기획됐다. 각 공간의 주제가 겹치지 않으면서도 서로 연결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관객이 각 공간을 방문하며 미술관과 연결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전시는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소장품 6158여 점 중 140여 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여기에 작가와 기관으로부터 대여한 작품들과, 소장품에 맞춰 새롭게 만든 신작 등 350여 점도 함께 공개된다. 이번 기획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이 1988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본관과 분관을 연결해 개최하는 대규모 소장품 전시다.
이번 전시는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이 취임 직후 기획을 시작해 1년 6개월 동안 준비가 이뤄졌다. 최 관장은 개막 전날 현장을 찾아 "작년 3월 부임하며 꼭 대규모 소장품 전시를 보여드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며 "오늘이 바로 그날인 것 같아 벅찬 기분"이라고 말했다. 4곳에서 이뤄지는 기획전의 중심이 되는 서소문본관 전시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는 첨단기술, AI, 뉴미디어와 인간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다. 기술과 인간 사회, 특히 예술가와 기술 매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서소문 본관에는 총 39인의 작가가 참여했고 80점이 출품됐다 이 중 미술관 소장품은 66점이 나왔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모두 섹션을 나누는 벽이나 문이 없는 열린 구조로 구성했다. 장애물 없이 모든 섹션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구조를 의도했다. 특히, 건물 벽 파사드, 로비, 창문 등을 이용한 작품들도 전시한다. 장소를 이용한 작업들이다. 최수정, 이원우, 장종완 등 3명의 젊은 작가가 미술관 공간을 재해석한 장소 특정적 작품을 선보인다.신진작가 5명을 꼽아 이들의 신작을 보여주는 '옐로우 블록' 섹션도 준비했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주목했다. 5인의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했다. 버섯 균사체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풀어낸 설치작, 로봇과 AI, K팝을 결합한 뮤직비디오 등 비인간인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함께 살 수 있는가에 주목했다.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는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현실에 주목했다. 이들이 사회 속에서 겪는 공통적인 경험에 주목하고 '우리'라는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소장품전은 '제 9행성'이라는 전시 제목에 맞게 행성 속 비인간과 인간에 대해 탐색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다양한 존재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다.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소장품 전시를 통해 미술관의 강점으로 꼽히는 '동시대성'을 내세운다. 소장품 중 60% 이상이 동시대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기간에 미술관을 찾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밝혔다.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이 개막하기 하루 전인 9월 3일에는 서소문 본관에서 작가의 퍼포먼스가 이뤄질 예정이다. 아부다비음악페스티벌과 함께 작가 토크도 진행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전시가 아부다비 순회전으로 이어져 중동 관객들을 만난다. 서소문 본관에서의 전시는 11월 17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