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A' 뺀 나머지는 주춤…M7, 실적 따라 희비 갈렸다

'블랙 먼데이' 이후 옥석가리기
애플·테슬라·MS·구글 주가
나스닥지수보다 상승률 낮아
엔비디아·메타·아마존은 상회

증시 불확실성에 실적 영향 커져
전망치 개선된 종목에 투자 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매그니피센트7’(M7·엔비디아 메타 아마존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종목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달 초 증시 폭락 사태를 겪은 뒤 M7 종목 중 절반 정도는 주가 상승률이 시장 평균을 따라오지 못했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M7 종목 전체가 강세장을 이끈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M7 중 실적이 좋은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의 주가 격차가 커지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PS 개선 정도에 흐름 엇갈려

22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123.74달러에 장을 마쳤다. 증시가 단기 저점을 찍은 이달 5일 이후 23.19% 올랐다. 이 기간 수익률이 나스닥지수 상승률(8.76%)을 훌쩍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메타(11.81%), 아마존닷컴(9.38%) 등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나머지 M7 종목인 애플(7.42%), 테슬라(5.92%), 마이크로소프트(5.35%), 알파벳A(2.86%)는 수익률이 나스닥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M7은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기 전까지 대부분 선두에 서서 나스닥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올초부터 지난달 10일까지 나스닥지수가 24.22% 오르는 동안 엔비디아는 172.46% 뛰었고 메타(51.37%), 알파벳A(37.02%) 등도 시장 평균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으로 5.95% 오르는 데 그친 테슬라만 예외였다.시장 평균보다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이는 종목은 실적 전망치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집계에 따르면 메타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순이익을 유통주식 수로 나눈 값)은 1개월 전 21.97달러에서 최근 23.13달러로 5.3% 개선됐다. 엔비디아(3.7%), 아마존닷컴(2.8%) 등도 같은 기간 EPS가 작지 않은 폭으로 상향 조정됐다.

알파벳A, 테슬라 등 주가 상승률이 나스닥지수 대비 저조했던 종목의 EPS는 같은 기간 각각 1.5%, 0.7% 개선되는 데 그쳤다. 주가 상승률이 시장 평균 상승률과 3%포인트 이상 차이 났던 마이크로소프트는 EPS가 이 기간 오히려 0.2% 낮아졌다.

주가가 나스닥지수보다 덜 올랐지만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던 애플은 이 기간 EPS가 2.8%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적 흐름이 상위 그룹과 큰 격차는 없었다. 다만 워런 버핏이 포트폴리오에서 애플 비중을 줄이는 등 투자심리가 나빠진 게 일부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세 상승 끝” vs “단기 조정”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이라는 신산업에 대한 기대가 빅테크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덮어놓고 정당화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급격한 가격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며 “앞으로는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일시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일부 빅테크 실적이 단기적으로 조정받을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다른 분야를 압도한다”며 “단기 조정 뒤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