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금 인터넷 세상은 '세뇌의 온상'

세뇌의 역사

조엘 딤스데일 지음
임종기 옮김 / 에이도스
452쪽|2만5000원
6·25전쟁 휴전 협정 후 유엔군과 중공군은 포로를 석방하기로 했다.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중 많은 이들이 북한에 재정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모든 포로에게 송환 국가를 선택할 권리를 주자고 요구했다. 중공군에 포로로 잡혀 있던 미군 23명은 귀국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2명이 마음을 바꾸기는 했지만, 미국 정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으로 돌아오기를 거부한 21명의 군인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이들은 왜 중국으로 가기를 원한 것일까?

정부, 학계, 언론계 등에서 여러 논의가 이뤄진 가운데 2차대전 당시 미국 전략사무국에서 심리전 선전 전문가로 일했던 기자 에드워드 헌터가 포로들이 전향한 이유를 ‘브레인워싱(brainwashing)’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 ‘세뇌’였다.미국의 정신의학자이자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석좌교수인 조엘 딤스데일은 <세뇌의 역사>에서 이 같은 역사적 사건 속에서 발현된 세뇌의 사례들을 추적한다. 모진 고문과 수면 박탈, 공개 재판, 정신 개조 등과 같은 고전적인 세뇌 기술부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진행한 LSD 환각 실험, 사이비종교의 집단 자살, 파블로프의 실험 등을 파헤치면서 강압적인 설득의 기술이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세뇌의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다. SNS와 인터넷의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퍼진다. 저자는 “인터넷상의 제한된 소통은 세뇌의 촉진제”라며 “인터넷 사용으로 우리는 훨씬 더 빠르게 ‘귀를 거짓 보고들로 틀어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