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액자산가 채권 비중 30%→60%…2배 늘었다 [양현주의 슈퍼리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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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초고액자산가들은 변동성 장세 이후 전체 자산에서 채권 비중을 크게 늘렸다. 박근배 신한투자증권 투자상품솔루션부 상무는 "초고액자산가 중 주식과 채권 비중을 7:3으로 분배하는 공격적 투자자들도 지금은 5:5 혹은 4:6 수준으로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하 국면에 대비해 시세차익과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는 표면금리가 낮은 '저쿠폰 미국 국채 장기물'이나 '장기 우량회사채'에 대한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현행법상 채권은 이자소득에만 과세가 이뤄지고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자산규모가 큰 초고액자산가들의 경우 매매차익에 집중하는 게 절세에 유리하다.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낮아진 점도 초고액자산가들이 채권 비중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기본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고 가정하지만, 최근 3년간 이런 역의 상관관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며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이 이뤄졌지만 동시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증시도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이 함께 오르고 내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주식과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며 초고액자산가들이 자산 배분 효과를 높이기 위해 채권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일부 자산가들 사이에선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기존에 들고 있던 장기 채권 일부를 매도하고 단기 채권을 새로 사들인다는 것이다. 비과세 대상이었던 매매차익이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만기수익률 5% 수준의 장기 채권의 경우 최근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익률보다 매매차익이 높게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미 대선 이후 변화된 상황에 맞춰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대선 이전에 만기가 되는 초단기채 투자 비중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파킹용으로 채권을 이용한 후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 리밸런싱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변동성 장세에선 자산 배분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예비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