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중동, 우크라이나, 남중국해에서 굶주린 세력들이 미국 주도의 질서에 도전하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은 점점 길을 잃고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일본을 차례로 이기고 평화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성공시켰다. 냉전 시기엔 소련이 내부적으로 무너질 때까지 핵전쟁 없이 공산주의 확산을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했다. 이후 미국의 패권을 기반으로 평화롭고 규칙에 기반을 둔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전략을 세웠지만 실패했다. 미국이 유일한 강대국인 시기는 끝났으나 세계 평화는 달성하지 못했다. 질서와 규범은 무시당하고 지정학적 경쟁이 전쟁의 물결을 일으키는 시대를 맞고 있다.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21세기 미국 대외 정책 실패에 많은 젊은 미국인들이 환멸을 느낀다. 미국의 군사 개입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끝없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자유무역을 옹호한 결과 속임수를 쓰는 중국이 적대적인 초강대국이 되는 판을 깔아줬다. 해외에 민주주의를 전파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이런 실패를 감안하면 미국은 이제 건전한 자제가 필요할지 모른다.
美 21세기 대외정책은 실패
대부분의 전통적인 대외정책 수립 기관은 고립주의 요구에 떨고 있다. 이 기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판하는 JD 밴스 상원의원을 보며 1930년대에 미국이 영국과 프랑스를 지원하지 않아 히틀러가 유럽을 휩쓸었던 과거를 생각한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이 보호주의 관세를 주장할 때는 대공황을 악화시킨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를 떠올린다. 이들은 자유와 세계평화, 나아가 인류 생존을 위해 미국이 전 세계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전략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관계에서 시작해 우선순위와 비용을 고려한 결과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과 냉전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한 전략가들은 국익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외국(영국)이 국내 정치에 간섭하는 것을 막아야 했고, 항해의 자유가 필요했다. 하나의 강대국이 유럽이나 아시아를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 미국인의 여행과 투자, 비즈니스의 자유를 보장해야만 했다. 경쟁국이 필수재 공급을 차단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인터넷과 인공위성 등 새로운 기술의 물결이 경제와 군사력의 핵심이 되면서 전 세계 통신의 보안을 보호해야 했다.
군사 부담 나눌 동맹 찾아야
이제는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 아니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 지정학적 안보는 필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의 종교 자유는 사치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싼값에 승리를 얻는 데 능숙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스탈린의 붉은 군대 덕분에 나치 독일을 저지했다. 냉전에서 승리할 때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 중국이 소련과 결별한 덕을 봤다. 지금은 미국의 힘에 무임승차하지 않고 부담을 분담하는 동맹을 찾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정책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물론 모래밭에 머리를 박는 타조식 정책은 안된다는 수구파의 주장은 옳다. 동시에 미국의 현재 대외정책 노선이 군사적으로 불건전하고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으며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 역시 타당하다.원제 ‘Stale Foreign-Policy Ideas Imperil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