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힘…'이순신 박사' 회장님이 분석한 승리 비결

Zoom In - 이순신 연구 박사학위 받은 윤동한 콜마 회장

대구가톨릭대 '이순신학 1호'
"지리정보 등 병사로부터 수집
기업성장에 충무공 정신 큰 힘"
“이순신 장군은 주민과 수군 병사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왜군과 어디서 싸울지를 결정했습니다. ‘경청의 리더십’이 승리를 가져다준 것이죠.”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77·사진)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요인에 대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윤 회장은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로 키워낸 기업가다. 그런 윤 회장이 2년여의 과정을 거쳐 ‘이순신학 1호 박사’가 됐다. 그는 전날 경북 경산 대구가톨릭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 주제는 ‘고하도·고금도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이순신의 승리 전략 연구’다.

이순신 장군과 윤 회장의 인연은 뿌리가 깊다. 윤 회장은 2017년 이순신 장군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재단’을 설립해 이순신 정신 함양을 위한 대중 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서울여해재단은 2021년 대구가톨릭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이순신학과를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를 현대어로 재번역한 4권짜리 <신정역주 이충무공전서>(태학사)를 펴내기도 했다.

경영학 박사 학위 소지자인 윤 회장은 이순신학과에 신입생으로 등록했다. 그는 “저처럼 나이가 들었어도 살아 움직이고 뭔가 하려는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박사 학위 논문 주제로 다룬 고하도와 고금도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뒤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고 순천왜성과 노량에서의 전투를 준비한 곳이다. 윤 회장은 “고금도의 경우 여수와 완도 사이에 있어 왜군이 주둔한 거점(순천왜성)을 겨누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며 “명나라 해군 도독이던 진린과 합세해 조명 연합함대를 만드는 데에도 용이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순신 장군이 향후 전투를 준비하는 데 유리한 장소를 선점한 데엔 특유의 경청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게 윤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지역에 부는 바람, 수중 암거의 위치, 해류 등 정보는 해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한양(서울)에서 태어나 충청도에서 자란 이순신 장군이 일일이 알기 힘든 이런 정보는 지역 주민과 병사들로부터 취득한 것”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이 1592년 8월 한산도대첩을 거둘 당시 머물던 경남 통영 제승당(制勝堂)의 옛 이름 ‘운주당(運籌堂)’을 언급하면서 “주변 사람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계책을 마련하는 이순신 특유의 리더십을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서울여해재단은 2017년부터 중소·중견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순신 정신을 교육하는 이순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윤 회장은 “조그만 중소기업에 불과하던 한국콜마가 지금과 같은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순신 정신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