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푸드를 ‘1000억 달러 수출산업’으로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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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우리나라는 현재 반만년 역사상 최고의 국력을 자랑하고 있다. 경제력으로는 세계 10위권 초반이다. 외국 전문가들은 국방력을 포함한 국력을 세계 6위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우리 젊은이들은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 참가국 중 8위를 차지하며 기를 발산했다. K-팝, K-드라마, K-무비, K-푸드 등 모든 분야에서 K를 외치며, 한국의 특성과 우수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야말로 눈부시다.
K-팝, K-컬쳐...이제는 K-푸드 시대
식품산업은 '제2의 반도체'될수 있어
식품산업 육성땐 농어업 소득 증대
고용·생산 등 경제적 효과 기대
중국,동남아 등 성장하는 시장 인접
건강 발효식품 등 다양성도 강점
그러나 불안감도 함께 자라고 있다. 인구 절벽, 첨단 과학 기술의 혁명, 기후 및 환경 변화 등 미증유의 난제들이 몰려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갈등과 혈투로 더 큰 난제가 되고 있다. 잠재성장률도 1%대로 추락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가 걱정된다. 우리 경제에 수출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수출도 밝지 않다. 2024년 수출 목표액 7,000억 달러 중 반도체는 1,350억 달러, 정유 및 석유화학은 1,030억 달러, 자동차 산업은 1,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세 산업군이 수출 목표액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유 및 석유화학은 특히 어렵고, 반도체와 자동차 그리고 다른 주력 수출산업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2의 반도체 산업 같은 새로운 스타 산업이 필요하다. 식품산업은 ‘제2의 반도체’가 될 산업이다. 식품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서 1,000억 달러 핵심 수출산업으로 만들어 보자. 네덜란드의 농식품 수출은 1,320억 달러다. 세계 농식품 시장은 8조 달러, 가공식품은 5조 달러가 넘는 최대시장이다.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 시장의 약 3%를 점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공식품 1,000억 달러 수출은 가능하지 않을까.
네덜란드는 1차 농산품 약 400억 달러, 가공식품 약 900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푸드 밸리’가 조성되어 있다. 1,500여 개 기업과 20여 개 연구소와 대학, 그리고 다국적 대기업 100여 개와 수많은 기업 연구시설 등이 집적되어 있다. 항만 물류 등 각종 인프라도 갖추어져 있어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우리도 전국 단위의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일본은 2019년 농식품수출촉진법을 제정하고, 세계 주요 지역에 수출 지원센터를 설치하여 국가정책으로 식품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식품산업을 육성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첫째, 농어업을 발전시켜 농어업 소득을 증대할 수 있다. 우리 농어업은 옥수수, 밀, 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농수산물이 공급과잉 우려를 안고 있다. 즉, 농어업의 성장판이 닫쳐있는 상황이다. 농어업 소득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 창출이 필요하다. 이 출구가 식품산업이고 수출이다.
둘째, 미래 먹거리 분야는 바이오경제인데, 바이오 경제의 풀뿌리 산업이 농식품 산업이다. 농식품 산업이 발전하면, 의약 및 화장품 등의 소재 공급과 관련기술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식품산업은 취업유발계수 등 고용효과가 압도적이고, 생산유발계수 등 경제적 효과가 우수한 산업이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다.
넷째, 식품산업은 전국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는 산업으로 지역균형발전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 취업률이 높은 산업이다.
다섯째, 식품산업이 발전되면, 제조과정의 보유량과 재고 증가 등으로 우리의 약점인 식량안보에도 크게 기여한다.
여섯째, 식품산업은 문화산업으로 식품수출 증가는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의미한다. 최근에 일고 있는 K-팝과 K-푸드의 선풍은 K-문화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식품산업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첫째, 네덜란드는 채 5억 명이 안 되는 유럽시장이 중심이지만, 우리는 가까운 동남아와 중국에 15억 명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소득이 증가하는 큰 시장이 있다.
둘째, 우리는 빈약한 산업생태계에서도 올해 수출 135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식품산업 부가가치 비중이 선진국의 15~6%에 비해 5%에 불과하고, 원료의 대외 의존율이 70%나 되고, 국내 생산의 수출 비중도 선진국의 30~40%에 비해 10%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 9인 이하 매출액 10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이러한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강화해 주면, 수출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소수지만, 실력 있는 선도 대기업도 있다.
셋째, 우리 식품은 건강식품, 발효식품으로 유명하며, 상품의 변화와 다양성에 뛰어나다.
지금은 K-푸드가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K-무브로 수출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빨리 국내 산업 생태계가 체계화되어야 한다. 현재 햇반, 라면 등 일부 품목은 북미,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현지 공장이 세워지고 있다. 값싼 원료 공급과 노사안정 등의 장점이 있어 앞으로도 식품산업의 해외투자는 줄을 이을 것이다. 공장 설립, 노사안정, R/D, 식품클러스터 등의 잇점을 제공하여 해외투자보다 국내 투자가 선호되도록 지원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의 반도체 특별 지원처럼 식품산업에도 특별한 지원을 한다면, 분명 제2의 반도체산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