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공격 투자'…번 돈 50조원 다 썼다

상반기 투자액 사상 최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51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많다. 최근 고점 논란과 수요 정체 우려 등이 불거진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려 불확실성을 돌파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주요 상장사 12곳은 올 상반기에 51조4447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계열사 가운데 반기보고서에 올 상반기 투자액을 밝힌 곳을 추린 결과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43조2118억원)보다 19.1% 늘었다. 올해 이들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49조8983억원)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23조4084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7.3% 줄었다. 하지만 4대 그룹 계열사는 물론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현대차(6조8951억원), SK하이닉스(5조9670억원), LG에너지솔루션(5조8288억원), 삼성SDI(3조7503억원), LG전자(1조2890억원), 기아(1조2157억원), 현대모비스(1조839억원) 등도 올 상반기 ‘조(兆) 단위’ 투자를 단행했다.

4대 그룹의 공격적 투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산업계 전반의 투자심리가 움츠러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2분기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2.1%를 기록했다. 2021년 3분기(-4.9%) 이후 가장 나빴다.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수출 대기업 중심의 투자 확대 열기가 하반기에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금 조달이 한층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김익환/장현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