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현장] 자신감 넘친 파월…'통화정책의 마에스트로' 노린다 [Fed워치]
입력
수정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23일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시장은 그동안 기대감이 과도했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연설 하루 전 주가는 소폭 빠졌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은 Fed가 9월에 금리를 0.25%포인트만 인하할 가능성을 73.5%로 전보다 높여 잡았다. 빅컷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충격을 받을 것에 대비한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자신감에 넘쳤다. 2022년 8월부터 시작한 금리 인상 기조를 지금 빠르게 인하로 선회하면 물가안정과 고용시장 안정을 둘 다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줬다. 특히 “데이터에 따라 금리인하의 규모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며 빅컷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우리의 현재 정책 금리 수준은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응할 충분한 여지를 제공한다”며 “여기에는 노동 시장 상황의 추가적인 원치 않는 약화 위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적절한 명분이 있다면 빠르게 내리겠다는 뜻이다.
그는 “2020년 내내 목표치 이하로 유지되던 물가상승률이 2021년 3~4월에 급등했다”며 당시에는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표준적인 사고방식에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느냐,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몇몇 있다”고 언급하자 회의장에서는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그는 그러나 이 물가상승이 일시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상품 수요의 급격한 증가, 공급망 압박, 빡빡한 고용시장,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 등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물가상승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잭슨홀에서 갑작스러운 금리인상 기조를 내놔서 시장에 충격을 줬던 파월 의장은 “당시 이 자리에서 물가안정에 무조건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고 떠올렸다.
이러한 제한적인 통화정책은 효과가 있었다고 그는 자평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의 제한적 통화정책은 총수요 완화에 기여했고, 총공급 개선과 함께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고 건전한 속도로 성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 수요도 완화되면서 대규모 혼란스러운 해고 없이 고용시장을 물가상승의 원천이 아닌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시장의 강세를 유지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을 달성하는 것은 고정된 인플레이션 기대, 즉 중앙은행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할 것이라는 대중의 신뢰를 반영하는 것으로만 가능하다”며 “그런 신뢰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되었고 우리의 행동으로 강화된 것”이라고 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전날보다 2.56% 뛴 2,204.97를 나타내며 강세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하락했다. 발언 이전 연 3.850%를 나타냈던 미국 10년물 채권금리는 발언 이후 연 3.818% 수준으로 떨어졌다. 2년물 채권 금리는 연 4.017%에서 3.938%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발언 전 101.41에서 발언 직후 100.77로 내려왔다. 페드워치 툴에 반영된 9월 빅컷 가능성은 36.5%로 전날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SNS를 통해 “2년전 인플레이션 회복을 위해서 경기침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얘기했던 파월은 오늘 전반적으로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피터 가딜로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 수석 시장 경제학자는 "파월 의장이 암시하는 것은 노동시장 악화가 계속된다면 9월에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책 조정을 할 때가 왔다'는 발언과 '노동시장의 추가적인 냉각을 원하지도 않고,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발언을 근거로 댔다.
다만 아직 빅컷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조심스러운 해석도 여전하다. 미국 환트레이딩 업체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전략가는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의 크기가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야 할만큼 긴박하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폴 크리스토퍼 웰스파고 글로벌 전략 책임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그 크기"라며 "파월 의장의 발언은 내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브라운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가는 금리인하폭과 속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다음 금리결정회의 이후의 정책 경로에 대한 지침이 거의 없었다”면서도 “오늘의 비둘기파적 어조는 아마도 매 회의마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전했다.
잭슨홀=이상은 특파원/한경제 기자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자신감에 넘쳤다. 2022년 8월부터 시작한 금리 인상 기조를 지금 빠르게 인하로 선회하면 물가안정과 고용시장 안정을 둘 다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줬다. 특히 “데이터에 따라 금리인하의 규모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며 빅컷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우리의 현재 정책 금리 수준은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응할 충분한 여지를 제공한다”며 “여기에는 노동 시장 상황의 추가적인 원치 않는 약화 위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적절한 명분이 있다면 빠르게 내리겠다는 뜻이다.
○“제한적 통화정책 효과 봤다”
파월 의장의 연설은 당초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약 16분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내용은 충실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팬데믹 이후 통화정책 결정의 배경을 하나씩 되짚으며 이제 ‘피벗의 시간’이 도래한 배경을 밝혔다.그는 “2020년 내내 목표치 이하로 유지되던 물가상승률이 2021년 3~4월에 급등했다”며 당시에는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표준적인 사고방식에 따르는 이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느냐,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몇몇 있다”고 언급하자 회의장에서는 박장대소가 터져나왔다. 그는 그러나 이 물가상승이 일시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상품 수요의 급격한 증가, 공급망 압박, 빡빡한 고용시장,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 등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물가상승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년 전 잭슨홀에서 갑작스러운 금리인상 기조를 내놔서 시장에 충격을 줬던 파월 의장은 “당시 이 자리에서 물가안정에 무조건 헌신할 것을 약속했다”고 떠올렸다.
이러한 제한적인 통화정책은 효과가 있었다고 그는 자평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의 제한적 통화정책은 총수요 완화에 기여했고, 총공급 개선과 함께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고 건전한 속도로 성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 수요도 완화되면서 대규모 혼란스러운 해고 없이 고용시장을 물가상승의 원천이 아닌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시장의 강세를 유지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을 달성하는 것은 고정된 인플레이션 기대, 즉 중앙은행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할 것이라는 대중의 신뢰를 반영하는 것으로만 가능하다”며 “그런 신뢰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되었고 우리의 행동으로 강화된 것”이라고 했다.
○시장 환호…러셀 2.6% 급등
증시는 환호했다. 파월 의장의 발표가 끝난 오전 10시 30분, 미국 3대지수는 모두 1% 이상 오르는 흐름을 보였다. 다우지수는 1.02% 오른 41,128.21, S&P500은 1.25% 상승한 5,640.44, 나스닥지수는 1.80% 급등한 17,937.29에 거래됐다.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전날보다 2.56% 뛴 2,204.97를 나타내며 강세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는 하락했다. 발언 이전 연 3.850%를 나타냈던 미국 10년물 채권금리는 발언 이후 연 3.818% 수준으로 떨어졌다. 2년물 채권 금리는 연 4.017%에서 3.938%로 큰 낙폭을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발언 전 101.41에서 발언 직후 100.77로 내려왔다. 페드워치 툴에 반영된 9월 빅컷 가능성은 36.5%로 전날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SNS를 통해 “2년전 인플레이션 회복을 위해서 경기침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얘기했던 파월은 오늘 전반적으로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피터 가딜로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 수석 시장 경제학자는 "파월 의장이 암시하는 것은 노동시장 악화가 계속된다면 9월에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니라 0.5%포인트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책 조정을 할 때가 왔다'는 발언과 '노동시장의 추가적인 냉각을 원하지도 않고, 환영하지도 않는다'는 발언을 근거로 댔다.
다만 아직 빅컷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조심스러운 해석도 여전하다. 미국 환트레이딩 업체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 전략가는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의 크기가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야 할만큼 긴박하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폴 크리스토퍼 웰스파고 글로벌 전략 책임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그 크기"라며 "파월 의장의 발언은 내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브라운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가는 금리인하폭과 속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다음 금리결정회의 이후의 정책 경로에 대한 지침이 거의 없었다”면서도 “오늘의 비둘기파적 어조는 아마도 매 회의마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전했다.
잭슨홀=이상은 특파원/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