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원 팀'인데 우리는…" 10조짜리 '한일전'에 초긴장 [김동현의 K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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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오션4300' 대구급 개조해 배수량·무장능력 강화
HD현대중공업 '충남급' 가성비 뛰어나고 신속 공급 가능
日 미쓰비시 '모가미급' 자동화 강점…필수인력 확 줄여
방산수출 위해 원팀 꾸려…따로 참가한 韓과 대조
※ ‘김동현의 K웨폰’은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김동현 기자가 매주 토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방위산업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남들보다 앞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호주가 10조원 규모에 달하는 신형 호위함 사업을 진행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해외 박람회에서 무장 능력을 강화한 수출형 호위함 '오션4300'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보여줬다. 다만 일본이 모가미급 호위함 수주를 위해 '원 팀'이 된 반면, 한국 업체는 두 곳이 각각 참가해 '제 살 깎아먹기'란 비판도 나온다.
“오션4300, 32셀 MK41 수직발사관 장착”
방위사업청은 석종건 방사청장이 지난 23일 호주 질롱시에서 열린 '한화 호주 공장 준공식'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한화 호주 공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약한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생산하게 될 현지공장이다. 방산업계에선 준공식에 앞서 21일 석 청장이 호주 캔버라에서 짐 맥도웰 함정획득관리청장을 면담한 점을 주목했다. 함정획득관리청은 함정 획득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호주 국방부 산하 정부기관이어서, 현재 수주 경쟁 중인 호주 위함 사업에 대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호주는 이른바 'SEA3000' 사업을 통해 111억 호주달러(약 10조원)를 들여 차기 호위함 11척을 구매할 계획이다. 호주 정부는 11척 중 1차분 세 척은 최종 선정된 국가 조선업체에서 건조해 도입하고, 나머지 여덟 척은 호주 국내 업체의 조선소에서 건조할 계획이다.최종 사업자 선정은 내년에 이뤄지고, 첫 호위함 취역은 오는 2030년이다.이에 따라 지난 5월 호주 정부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스페인 조선소에 정보제공요청서(RFI)를 요청했다. 호주 정부가 각국 조선사에서 후보로 지목한 호위함 모델은 △HD현대중공업 '충남급 FFX 배치-3' △한화오션 '대구급 FFX 배치-2' △미쓰비시 '모가미 30 FFM' △나반티아 '알파(ALFA) 3000'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 'MEKO A200' 등이다. 한국은 두 조선업체가 모두 입찰에 참여했다. 한화오션의 대구급 호위함은 만재 배수량 3593t으로, 경쟁업체의 배수량(모가미급 5500t)에 비해 작은 편이다. 이에 한화오션은 지난 달 호주 퍼스에서 열린 '인도양 방위 안보(IODS 2024)' 박람회에서 새롭게 대구급을 바탕으로 개조한 '오션 4300' 호위함 모형을 선보였다. 오션4300은 우선 기존 대구급에 비해 크기가 커졌다. 정확히 공개된 내용은 없지만, 만재 배수량 기준 4300~5000t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출용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외국 무기와 '상호운용성'에 강조를 뒀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기존 대구급 호위함이 16셀의 K-수직발사시스템(VLS)을 탑재한 것과 달리 32셀의 미국 MK41 VLS를 탑재한다"며 "무장 탑재는 늘어나지만 탑승인원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다만 호주 수출을 노리고 설계한 게 아니라, 향후 국제 시장 진출을 위한 '수출용'이란 설명이다. HD현대중공업의 충남급 호위함은 만재 배수량 기준 4300t(경하 배수량 3600t)으로 대구급보다 더 크다. 이미 지난해 4월 우리 해군이 충남급 1번함을 진수한 만큼, 호주 정부가 낙점하면 빠른 시일 내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첫 호위함 취역이 2030년인만큼, 호주는 기존 전력화가 돼 있는 호위함을 선호할 것"이라며 "다만 충남급도 호주가 원하면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韓 업체 2곳 참가…견제하다 해외업체에 밀릴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최대 경쟁자는 일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가 건조한 모가미급 호위함은 추정가 약 4억달러로, 한국의 대구급·충남급에 가까운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각종 센서 성능이 우수하고 자동화율을 높여 승조원 90명 선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충남급이 120명의 승조원이 필요하고, 대구급 140명, 알파-4000 100명 정도인 것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 다만 모가미급의 약점은 '해외 수출 실적'이다. 아직 일본은 해외에 군함을 수출하거나 해외에서 건조해 본 경험이 없다. 호주 군사매체 ADM은 "스페인 나반티아는 호주 해군의 호바트급 이지스함 설계에 선정되는 등 많은 경험이 있고, 한화와 HD현대중공업도 군용 선박 실적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보다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입찰에 수상함 건조 두 곳이 모두 참여해, 차칫 해외 업체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이 자국 내 모가미급 호위함 건조에 미쓰비시와 가와사키가 모두 참여하지만, 해외 경쟁에 미쓰비시만 참여한 것과 대조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원은 "일본은 우리와 같은 복수 조선소 체제지만 방산수출을 위해 원팀으로 모였다"며 "향후 세계 조선 수주 경쟁에서 원팀으로 군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수주성공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관측했다.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