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300년이 넘도록 글로 된 규칙이 없었다는 사실 [최진하의 골프룰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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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골프, 얼마나 규칙에 맞춰 치고 있나요
글로 된 최초의 골프규칙은 1744년 나왔다. 13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성문화된 규칙이 나오기 전까지 거의 400년간은 골프규칙이 없었던 걸까?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골프는 1대1 매치플레이, 둘만의 대결로 진행됐다. 볼이 놓여있는 자리에서 플레이할 수 없을 때에는 자신의 볼을 집어 들고 “졌다”고 선언한 뒤 다음 홀로 넘어가면 그 뿐이었다. 두 당사자간 해결이 안되면 클럽의 최고 권위자인 캡틴에게 의뢰해 분쟁을 해결했다. 명문화된 규칙이 없었기에 관습과 전통이 중요했다.
클럽의 최고 권위자인 캡틴, 즉 '클럽 챔피언'을 선발하기 위한 경쟁은 규칙의 필요성을 키웠다. 1744년의 최초 성문 골프규칙도 클럽 챔피언 선발 대회를 위해 탄생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 내에 클럽이 늘어나면서 클럽간 경쟁도 생겨났다. 때마침 등장한 기차는 클럽간 왕래를 도왔고, 스코틀랜드를 넘어 영국 전역으로 클럽간 경쟁이 확대됐다.
경쟁의 제도화가 곧 규칙이다. 경쟁에 따른 분쟁의 해결 근거가 필요해지면서 글로 쓰여진 규칙이 만들어졌다. 명문화된 규칙이 생기면서 골프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가 됐다. 규칙 속에서 승부는 정당해지고, 우승자는 권위를 인정받는다.
문제는 규칙대로 플레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규칙을 몰라서, 때로는 규칙을 알더라도 따르지 못하기도 한다. '명랑골프'에서 짧은 거리 퍼트에 주는 컨시드(일명 오케이), 무조건 첫 홀 스코어를 파로 적는 '일파만파'가 대표적이다. 규칙대로 플레이하자고 주장할지, 웃으며 넘어갈지 마음 속 갈등을 겪어본 골퍼들이 적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독자들이 라운드 도중 경험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골프규칙 Q&A'를 시작하고자 한다. 관례를 따르는 친선골프든, 규칙을 엄격하기 지키는 경쟁 골프든 어떤 상황도 환영한다. 강호에서 골프를 즐기는 독자 여러분이 규칙에 맞는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질문을 기대한다. /최진하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위원장·'골프규칙을 알면 골프가 쉽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