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계 30년 인맥 총동원…한인사회 '대모' 나선 사연 [송영찬의 실밸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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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 육성 나선 제니 주 코리아 콘퍼런스 회장“성공의 배턴 터치가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대인 행사 보고 영감 얻어"
"후배들 시행착오 줄여주는 불쏘시개 될 것"
제니 주 코리아 콘퍼런스 회장(사진)은 지난 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코리아 콘퍼런스 2024’ 행사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미국에 잘 정착할 수 있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1980년대 어린 딸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주한 제니 주 회장은 1996년부터 JP모간, UBS, 모건스탠리 등 미국 금융계에서 커리어를 쌓은 대표적인 한인 자산가다.
"유대인 '이스라엘 콘퍼런스'서 영감 얻어"
코리아 콘퍼런스는 주 회장이 자신이 미국 금융계에서 30년 가까이 쌓아온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만든 한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2006년부터 매년 가까운 지인들과 연말 파티를 열었던 주 회장은 지인들의 권유로 이 행사를 시작했다. 주 회장은 “연말 파티는 친목 도모를 위한 것이었지만 그 자리에서도 많은 네트워킹이 이뤄지고 투자로까지 연결되는 걸 봤다”며 “미국에서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콘퍼런스’를 하며 서로 비즈니스 기회를 넓히는 데서 영감을 얻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한인 스타트업 육성이 목표지만 투자자들이 모두 한인인 것은 아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구단주 호세 펠리시아노, 세계 최상위 억만장자들의 모임 ‘이든클럽’의 톰 로런스 회장,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의 3세 마이클 리야디 고문 등이 대표적이다. 주 회장은 “올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미국은 물론 스코틀랜드,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날아왔다”며 “행사 규모를 더 이상 키울 생각은 없지만 행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올해 행사에는 에이슬립·엠비트로·더투에이치·아워박스·콘텐츠테크놀로지스 등 5개 스타트업이 무대에 올랐다. 주 회장을 포함한 심사위원들의 오랜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된 업체들이다. 140여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사업에 대해 발표한 이들은 지난해 코리아 콘퍼런스 무대에 올랐던 ‘선배’ 스타트업들로부터 상품 등을 전달 받았다. 주 회장은 “최종 무대에 오른 5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수십개의 업체들을 만나봤다”며 “전년도 미스코리아 진이 올해 진에게 왕관을 넘겨주듯 매년 무대에 오르는 업체들끼리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내가 했던 고생을 후배들도 할 필요 없어"
한인들에 대한 인종차별도 여전하던 시기 미국에 건너온 그는 어려움을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처음 미국에 싱글맘으로 건너와 고생도 많이 했지만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며 “결국 내가 저지른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는 후배들을 많이 보면서 이들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주 회장 본인도 스타트업 육성과 행사 기획에 많은 사재를 투입했다. 그럼에도 전혀 후회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 회장은 “여기에 오는 수많은 청년들은 내게 고맙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들의 꿈을 공유받고 있다”며 “이들을 통해서 2회차 인생을 사는 건 감히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 미래를 바라보는 꿈은 내가 가만히 앉아있거나 원래 알던 사람들과 골프 치러 다닌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한국 스타트업들이 성공해서 서로 끌어주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덧붙였다.로스앤젤레스=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