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줄줄이 뺏길 수도" 충격 전망…삼성·LG에 무슨 일이? [김채연의 IT말아먹기]

XR기기 시장 놓고 미·중간 쟁탈전
50만원대의 보급형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피코(PICO), DPVR 등 중국 기업이 꽉 잡고 있던 이 시장에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왔던 미국의 메타와 애플이 뒤늦게 가세하면서다. 보급형 모델 시장 승자를 가리기 위한 미·중 기업간 쟁탈전이 예고된 가운데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메타 vs 중국 한판 승부


25일 외신, 업계 등에 따르면 XR기기의 선두 주자인 메타는 다음달 25일 열리는 메타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커넥트에서 ‘메타 퀘스트3S’를 공개할 예정이다. 가격은 300달러(약 40만원)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출시한 프리미엄 모델 퀘스트3의 499달러(약 70만원) 보다 가격을 200달러 가까이 낮춘 것. 이를 위해 퀘스트3보다 저렴한 디스플레이를 쓰면서도 퀘스트2보다는 하드웨어 성능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역시 비전프로 후속 대신 보급형 모델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한다는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가격대는 비전프로(3500달러·480만원) 보다 저렴한 1500달러(200만원) 안팎 수준으로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도 신제품을 내놨다. 중국 XR기기 1위 기업인 바이트댄스 산하의 피코는 지난 10일 2년 만에 ‘피코4 울트라’를 출시했다. 피코4의 후속 모델로 칩셋,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메타의 퀘스트3에 버금갈 정도로 성능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가격은 4299위안(80만원)으로 퀘스트3S보다 비싸다. 중국 전용 제품이다.

메타·애플이 보급형 시장에 뛰어든 건 XR기기 시장 침체로 인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올초 애플이 야심차게 출시한 ‘비전프로’가 비싼 가격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능으로 인해 '실패작'으로 끝나면서 XR기기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비전프로 미국 출하량은 9만2000대 정도였으나, 2분기 8만 대, 3분기는 1만9000 대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다. 장기적 관점에선 XR기기 성장성이 큰 만큼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보급형 모델을 통해 XR기기 대중화에 먼저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메타는 퀘스트4 모델 생산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올 연내엔 퀘스트3S를 통한 대중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2년 138억 달러였던 XR기기 시장은 2026년 509억 달러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中에도 혁신 주도권 뺏길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잰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손잡고 당초 연내 XR기기 출시하려던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연내 소프트웨어 등 관련 생태계를 먼저 조성한 뒤 제품 출시를 추후로 연기한 것.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사업(MX) 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공동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먼저 공개해야 게임·스트리밍·콘텐츠를 위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에코시스템을 위한 XR 전용 운영체제(OS)와 플랫폼, (개발자들을 위한)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등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메타와 손잡고 내년 초 고성능 XR기기를 출시하기로 했으나 전면 백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먹거리로 불리는 XR기기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미중간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한국만 소외된 형국"이라며 "전자제품, 가전 등 시장을 선도해왔던 삼성, LG가 앞으로 혁신 제품 시장에서 중국에 줄줄이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