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리바바 당일 배송 핵심은 '운반로봇'…인건비 절반 줄였다

로봇이 바꾼 일자리 지도
(1) 사라지는 3D 일자리

알리바바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
21조원 투자해 AI 시스템 개발
300대 로봇이 연 400억개 처리
로봇, 주문상품 찾아와 운반까지
사람은 최종 분류와 로봇 관리만

로봇 140대 투입한 CJ 인천센터
7만6000개 바구니서 상품 픽업

쿠팡 대구센터도 분류로봇 도입
"작업자 업무량 65%가량 감축"
알리바바그룹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의 스마트창고에서 무인운반로봇(AGV)이 중앙컴퓨터 ‘스마트브레인’이 지시한 경로대로 움직이며 상품을 옮기고 있다. 최대 1t을 들어 올리는 AGV를 도입한 뒤 스마트창고 물류 효율이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차이냐오 제공
지난달 방문한 중국 알리바바그룹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菜鳥)의 장쑤성 우시스마트물류센터. 연간 400억 개에 이르는 택배를 중국과 해외 각지로 보내는 이 회사의 1호 스마트물류센터는 그야말로 ‘로봇 세상’이었다. 핵심 작업장인 ‘피킹’(picking·주문받은 상품을 창고에서 찾아 옮기는 작업) 센터에 배치된 사람은 단 10명뿐.

창고에 쌓인 4만2000여 종 상품에서 주문받은 것만 콕 집어 정해진 장소에 갖다 놓는 일은 300여 대의 무인운반로봇(AGV) 몫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AGV가 갖다준 선반에서 상품을 꺼내 택배 상자에 옮겨 담는 게 전부다. 정다 우시센터 매니저는 “AGV 덕에 우시센터 인건비가 다른 사업장의 절반으로 떨어지고 생산성은 40% 높아졌다”고 말했다.대표 ‘3D(difficult·dirty·dangerous) 사업장’으로 꼽히던 물류센터가 변하고 있다.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면서다. 주문 상품을 찾아오는 단순·반복 업무와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는 위험한 업무를 로봇이 전담하며 사람의 일은 로봇 관리·감독 등 고차원적 업무로 바뀌고 있다.

‘당일 배송’의 힘은 로봇

CJ대한통운 인천GDC센터 작업자가 픽업 로봇이 가져다준 상품을 꺼내 택배 상자에 옮기고 있다. 양지윤 기자
차이냐오가 연간 처리하는 택배 물량 중 15억 개는 해외로 보내는 상품이다. 국경을 오가는 크로스보더 물량으로 따지면 세계 1위 택배업체다. 알리익스프레스·티몰·타오바오 등 알리바바그룹 플랫폼뿐만 아니라 P&G와 네슬레도 고객사로 뒀다. 글로벌 기업이 차이냐오에 일감을 주는 건 빠르고, 정확하며, 싸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값으로 넓은 중국 땅 어디든 1~2일 안에 배송해 준다. 이런 힘은 로봇 자동화 기술을 적용한 1100여 개 스마트물류센터에서 나온다.2018년 문을 연 우시센터는 차이냐오의 첫 스마트 물류센터다. 스마트 물류 인프라에만 156억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한 알리바바의 첫 작품이다. 하루 8만 건을 처리하는 우시센터의 ‘일꾼’은 한 번에 1t 짐을 나르는 AGV다. 힘도 세고, 지치지도 않는 AGV 덕에 직원 이동 거리는 20분의 1로 줄었고,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은 130개에서 245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부상 사고와 배송 오류도 사라졌다.

AGV를 움직이는 건 차이냐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중앙컴퓨터’(차이냐오 스마트 브레인)다. AGV에 어떤 물건을 어느 곳에 갖다 놓을지 지시하고, 최적 이동 경로를 짜준다. 그날그날 주문량을 분석해 주문이 많은 상품은 피킹 센터와 가장 가까운 A구역에 놓고, 주문이 적은 상품은 저 멀리 D구역에 쌓아 둔다.

택배산업은 제품마다 크기와 무게가 표준화된 제조업과 달리 취급 상품의 모양과 크기, 강도가 서로 달라 로봇 투입이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긴 막대기와 볼링공의 외형을 로봇팔이 곧바로 인식해 집어 들기 쉽지 않을뿐더러 물렁물렁한 상품을 세게 잡으면 훼손될 수도 있어서다. 우시센터에서 상품을 택배 상자에 넣는 작업만큼은 사람 손에 맡기는 이유다.하지만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이런 한계도 하나씩 극복하고 있다. 차이냐오는 상품 분류도 로봇에 맡기기 시작했고, 다음달부터는 포장을 끝낸 택배를 지역별 배송 허브로 옮길 때 무인 차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 우시 스마트창고에서하루 8만 건 물량을 처리하는 무인운반로봇(AGV).

‘험한 일’ 없애니 일할 사람 몰려

로봇은 물류 현장의 고질병인 인력난을 해소하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숙명처럼 받아들이던 ‘험하고 지겨운 일’을 로봇이 해준 덕이다.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쇼핑몰 아이허브의 아시아 지역 물량을 맡은 CJ대한통운 인천GDC센터가 그렇다. 작년 11월 가동한 이 센터에는 노르웨이 오토스토어의 픽업 로봇 140대가 투입됐다. 이 로봇들은 7만6000개 바구니가 16단으로 쌓인 구역을 훑고 다니며 배송할 물건만 쏙 빼온다. 사람이 할 일은 그저 로봇이 가져온 물건을 포장 박스에 넣는 것뿐이다.CJ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류 창고 업무가 육체적으로 힘들다 보니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일인데, 인천GDC센터는 ‘로봇 때문에 편하다’는 소문이 나 아르바이트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도 마찬가지다. 2022년 3200억원을 들여 세운 대구 풀필먼트센터에는 AGV와 ‘소팅봇’(분류 로봇)이 들어갔다. 상품 운송장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한 뒤 배송지별로 분류하는 소팅봇 덕에 작업자의 업무량이 65% 줄었다. 쿠팡 대구센터가 ‘인기 알바 장소’로 통하는 이유다.

산업계에서는 물류 분야에서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완전 자동화까지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큰 데다 로봇의 돌발 상황 대응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팅종 우시센터 운영책임자는 “로봇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일하는 방식을 바꿔주는 존재”라며 “로봇이 단순·반복 업무와 위험한 일을 도맡아 사람은 생산적인 일과 창의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했다.

우시=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