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얼굴로…생성형 AI가 고객 맞춤 패션모델을 만들어 드립니다

기고/ 장용석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영학부 교수

한경 글로벌 AI스타트업 사례연구 (4) 플립션
플립션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가상모델을 만들고 패션 트렌드를 분석하는 스타트업이다. 정훈진 플립션 대표는 AI로 마케팅의 난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시작은 얼굴이었고, 무대는 패션 산업이었다.

정 대표는 가상 얼굴 합성 기술을 활용해 패션, 뷰티 리테일 브랜드들의 모델 구인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런칭했다. 그런데 얼굴 합성은 이미 어디선가 본 듯 하다. 스노우의 필터나 틱톡의 얼굴 변환같은 것이 떠오른다. 하지만 정 대표는 플립션이 이들과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필터는 기존 얼굴의 변형에 그치는 반면, 플립션의 기술은 어떤 얼굴로 브랜딩을 하고싶은지에 따라 커스터마이즈 생성이 가능하고, 해당 얼굴을 합성하고자 하는 대상이 바뀌어도 한가지의 가상 얼굴로 균일한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플립션의 가상 얼굴 생성 기술은 사용자가 원하는 외모를 설명하면 그에 맞는 얼굴 이미지를 생성하게끔 설계돼 있다. 창업 초기엔 사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B2B 모델로 시작했지만, 비즈니스 경험이 부족한 관계로 시행착오를 겼었다. 그래서 플립션은 미국 시장을 주목했다. 미국 패션업계에서 모델을 구하는데 비효율이 존재하고, 모델을 구하는 비용이 크다는 점에 집중했다.

플립션의 가상 얼굴 합성 기술은 다음과 같은 가치를 제공한다. 첫번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다. 플립션의 고객사업체는 독특한 전속 가상 모델을 생성해 기업 정체성을 강화하는 용도로 활용할수 있게 된다. 두번째로는 사업체 내의 콘텐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존 모델의 얼굴을 신규 모델과 유사하게 변환해 브랜드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한편, 모델 간의 이질감을 컨트롤을 하는데에 효과적이다.

플립션은 이와 같은 장점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도전했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은 중소규모의 의류 업체였다. 정 대표가 경험한 패션 인더스트리는 보수적이었다. 무턱대고 사업적 이야기를 꺼내기 부터 시작하는 콜드콜에 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추천이 가장 중요하며, 평판이 좋은 사람을 통해 초기 고객을 끌어오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중소규모의 고객을 확보하게 된 것도 네트워크의 영향이었다. 그렇게 한두 업체와 연결이 되기 시작하자, 입소문을 타고온 고객이 빠르게 증가했다. 플립션은 올해 1000명의 유료 고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 고객사는 구독 요금제를 통해 100개의 콘텐츠를 80달러에 정도에 구매가 가능하다.플립션은 왜 미국 시장을 공략했을까. 미국에는 다양한 인종, 머리 색깔, 바디 사이즈, 무드 등 다양한 니즈가 존재한다. 문화적인 다양성은 얼굴 합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립션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미국이라는 다문화 사회는 플립션에게는 데이터의 보고다. 따라서 어쩌면 후일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중요한 전략적 포석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창업가가 해외에서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플립션은 독특하다. 젊은 사업가들이 해외에서 먼저 창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환경에는 문제가 없지만,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창업환경이 월등히 뛰어난 장점을 제공해서일 것이다. 어쨌거나 스타트업은 길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