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온보딩 프로그램'으로 구하자

장진석 BCG코리아 디지털 부문 파트너
최근 글로벌 증시를 혼란에 빠트린 ‘인공지능(AI) 회의론’은 한 해 수백조 원 이상을 블랙홀처럼 빨아 당기는 AI가 ‘도대체 언제 성과를 낼 수 있을까’라는 초조함에서 기인한다. 미국 빅테크 기업조차 AI로 수익을 제대로 내기 힘들다는 캐즘 논쟁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이미 예견된 과도기적 현상이다.

하지만 과거 산업 혁명도 격랑의 변혁기를 거쳐 오늘의 번영에 도달했듯이 AI가 초래할 미래의 변화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AI로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최근의 AI 회의론이 촉발된 계기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리 인하 실기 논쟁 등 불안정한 거시 환경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면에는 여전히 AI 도입을 고민 중이거나 도입 이후 성과를 내지 못해 답답해하는 기업 내부의 속사정이 있다고 봐야 한다.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 AI 도입 이후 관리 방법론에 대한 확신 미흡, 수익 창출에 대한 가시적 성공 사례 부족 등을 배양분으로 삼아 AI 회의론이 자생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AI를 도입했다고 해서 바로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는 말 그대로 하나의 지성체, 즉 인텔리전스로 기능하기 때문에 AI를 비즈니스 전환과 수익 창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AI를 지성체로 본다면 현시점에서는 채용 절차를 막 마친 상태에 불과하다. 기업이 인재를 채용한 다음 체계적인 온보딩 프로그램으로 육성하는 것처럼 AI도 도입 이후 꾸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AI를 도입하고 온보딩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고액의 연봉을 주고 채용한 인재를 관리 없이 방치해두는 것과 같다.AI 온보딩 프로그램의 핵심은 AI의 고용주인 경영자가 AI가 기업 가치 제고와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AI 온보딩 과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갉아먹는 비효율적인 비용 사용과 전략 및 운영 리스크를 찾아내야 한다. 기존 업무에서 AI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해 언제 어디에 어떻게 AI를 투입할지 매뉴얼화하는 AI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관리 체계의 혁신이다. AI가 기업 가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력 재배치와 조직 최적화 과정을 수반해야 한다.

올해 CES 2024에서 뷰티 기업 최초로 기조연설을 한 로레알은 'AI 회의론’에 매몰되지 않고 ‘돈 되는 AI’로 진격하는 데 자극이 될 만한 성공 사례다. 로레알의 생성형 AI 챗봇 ‘뷰티 지니어스‘는 사진 정보를 활용해 피부 톤과 상태 등을 확인하고 적합한 화장품이나 화장 방법 등을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쌓인 방대한 데이터로 변화하는 고객 취향을 파악해 판매를 진작시킨다.

고령화가 진행된 선진국 제조업의 숙련 장인 은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BCG의 ‘디지털 장인(Gear Guru)’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두 사례 모두 AI를 도입만 하고 멈춘 것이 아니라 촘촘하고 체계적인 온보딩 프로그램으로 AI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고 스스로 수익 창출을 이뤄낼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