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먹으면 간질간질 …"5분 투자하면 알레르기 걱정 끝"
입력
수정
"충분히 익힌 면류, 섭취량 조금씩 늘려 밀 알레르기 극복"면을 충분히 끓여 익힌 뒤 섭취량을 조금씩 늘려 자극을 키우는 방식으로 밀 알레르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삼성서울병원은 김지현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김민지·김지원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민영 고신대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밀 알레르기를 극복하는 경구면역요법을 적립해 국제학술지(아시아 태평양 알레르기 면역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밀 알레르기가 있으면 밀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 탓에 발진, 가려움증, 호흡곤란 등 알레르기 반응을 호소한다.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 쇼크 탓에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밀은 빵, 면, 과자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음식에 포함됐다. 밀 알레르기가 있으면 음식 섭취에 제약이 있어 생활이 큰 불편을 호소하게 된다.
김 교수팀은 2015년 10월~2022년 7월 밀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3~17세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경구면역요법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50명은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하고 나머지 22명은 이를 시행하지 않도록 한 뒤 밀 알레르기 반응 완화 정도를 관찰했다. 경구면역요법에 참여한 아이들은 끓는 물에 5분 동안 충분히 익힌 면을 정량씩 먹도록 했다. 극소량으로 시작해 조리한 면을 3g(밀 단백질 기준 90㎎) 먹게 될때까지 3~7일 간격으로 조금씩 늘렸다.
이후 최종 목표 섭취량은 삶은 면 80g(밀 단백질 2400㎎)으로 정했다. 이 용량에 도달할 때까지 기존 용량보다 매일 5%, 매주 25%씩 더 먹도록 했다.
밀 단백질 섭취 목표량 2400㎎이 넘어선 뒤엔 유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최소 12개월 동안 일주일에 4번 이상 밀이 포함된 음식을 꾸준히 먹도록 했다.연구진은 참가자 안전을 위해 보호자에게 아나필락시스 증상 관리법, 응급대처에 필요한 에피네프린 주사법을 교육했다. 증상 일지를 작성해 필요할 땐 의료진과 상의하도록 했다.
그 결과 경구면역요법을 받은 소아청소년 50명 중 41명(82%)에게서 알레르기 증상이 사라졌다. 요법을 시작한 지 9개월(중앙값) 만에 효과가 나타났다. 해당 요법을 시행하지 않은 대조군은 22명 중 1명(4.5%)만 알레르기 증상이 자연적으로 사라졌다.
혈액검사에서도 경구면역요법 참가자는 면역 수치가 개선됐다. 지속적으로 밀을 먹자 면역글로불린(IgG4) 수치가 증가해 밀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졌다. 그 영향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완화한 것이다. 호산구 수치도 줄어 면역 체계가 적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하는 동안 환자 당 2차례 정도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됐지만 대부분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가장 흔한 것은 가려움증 등 피부 증상이었다.
경구면역요법 참가자 중 88%(44명)는 형태나 종류, 용량에 상관없이 밀을 섭취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대조군은 90%(20명)가 계속 밀을 먹지 못했고 알레르기 반응을 호소했다.
연구팀은 고무적인 연구결과지만 의료진과의 상담 없이 임의로 시작해선 안된다고 했다. 천식이 동반된 환자나 면역혈청학적 검사에서 부적합으로 나온 환자는 경구면역요법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있다. 참가자 50명 중 15명(30%)은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했다. 의료진이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다.김지현 교수는 "식품 알레르기가 있으면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는 걸로 그치지 않고 언제 어떤 식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할 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며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집에서 밀 알레르기를 극복하게 되면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