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1억개 팔렸다…美·유럽 홀린 씨앤씨

기업 탐방
배수아 대표의 글로벌 경영

K뷰티 이끄는 ODM 전문기업
430개 브랜드에 제품 공급
R&D 통한 차별화가 경쟁력
"기초화장품 분야로 사업 확대"
배수아 씨앤씨인터내셔널 대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화장품 회사를 뛰어넘는 입술 제품의 명가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형택 기자
색조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인 씨앤씨인터내셔널은 2018년 국내 브랜드를 통해 입술 제품인 립퐁듀를 선보였다. 야심 차게 내놓은 이 제품은 한 달 만에 매대에서 사라졌다. 출시 당시 여름이라 너무 잘 녹은 데다 소비자 입술에 닿으면 뭉개져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좌절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배수아 대표는 북미 대륙에서 한 번 승부를 걸어보고 싶었다. 실패 원인을 면밀히 분석한 뒤 다시 도전했다. 3년이 흐른 2021년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미국 인디 브랜드와 계약했고, 입소문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 제품은 현재 세계에서 1억 개 넘게 팔린 립스틱으로 자리매김했다.

배 대표는 지난 23일 “미국 소비자는 입술이 도톰해 보이는 화장품을 선호한다”며 “거기에 기존 액상형 제품과 달리 스틱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편하면서 위생에 더 신경 썼다”고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제품이 인기를 얻자 유럽 대형 화장품회사에서도 문의가 왔고 그 회사의 내부 연구소와 경쟁해 수주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세계가 열광하는 K뷰티를 선도하는 화장품 ODM사다. 자사 브랜드를 갖고 있진 않지만 로레알과 LVMH, 에스티로더 등 430여 개 브랜드에 직접 개발한 화장품을 공급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겸하는 다른 회사와 달리 ODM 외길을 걷고 있다. 배 대표는 “선기획·선제안하는 것이 ODM의 가장 큰 매력이고, 제품을 만들 때마다 ‘내가 공장’이라는 생각보다는 ‘내 브랜드’라고 이입해 열정을 쏟아붓는다”고 강조했다.씨앤씨인터내셔널은 배 대표의 부친 배은철 회장이 1997년 창업한 회사다.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수원공장 연구원 출신인 배 회장은 불혹의 나이에 눈 화장용 연필 형태의 아이라이너(젤 펜슬) 하나를 들고 회사를 차렸다.

2009년 입사한 배 대표는 지난달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회사는 배 대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젤 펜슬 하나로 힘겹게 사업을 이어갔다.

그는 “경쟁사가 너무 많아 일반적인 펜슬로는 영업이 잘되지 않았다”며 “다른 ODM업체가 안 하는 제품을 찾고 소비자 편의성을 고려해 제품 개발에 매진한 결과 입술 화장품 시장에 도전했다”고 돌아봤다.ODM 분야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화는 필수였다. 배 대표는 “선발주자들이 안전한 처방 위주로 제형 사용감이나 색감을 구현한다면 우리는 도전적이고, 생산 수량이 덜 나오더라도 원하는 색을 시도한다”며 “글로벌 브랜드에서 우리 발표를 보고 ‘와우’라는 반응이 나올 때까지 연구개발을 끊임없이 한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가 입사할 무렵 회사 매출은 연 10억원대에 불과했다. 그랬던 이 회사가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 1524억원, 영업이익 217억원을 거뒀다. 용인 공장 증설이 다음달 끝나면 생산 능력은 연간 4억 개(립스틱 기준) 수준으로 올라간다. 배 대표는 “현재는 사업 구조가 색조화장품 중 포인트 메이크업 중심”이라며 “나중에는 기초화장품 분야도 도전해 종합 ODM사로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원=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