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맛집·팝업으로 '비수기' 없앴다
입력
수정
지면A16
용산 아이파크몰·더현대서울평일은 백화점 장사가 덜 되는 날이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는 방문객으로 붐비지만 평일이 되면 매장이 한산한 게 일반적이다.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여름 휴가철도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복합쇼핑몰 형태의 백화점들이 맛집, 팝업 등 체험 콘텐츠를 늘려 비수기에도 방문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평일 방문객·매출 늘어
쇼핑 넘어 체험 공간으로 진화
휴가철 대체 피서지로 떠올라
서울 용산 HDC아이파크몰은 이런 변화의 대표 사례다. 26일 HDC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평일 방문객이 주말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평일 방문객은 2021년 하루평균 4만125명에서 9만4255명으로 3년 새 1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말은 7만1343명에서 14만9420명으로 109% 늘었다. 이에 따라 주말 대비 평일 객수 비중은 2021년 56%에서 올해 63%로 상승했다. 평일·주말 객수 격차가 좁혀진 것이다.
평일 쇼핑족 증가는 복합쇼핑몰이 상품 판매 공간에서 놀고, 먹고, 즐기는 체험 공간으로 진화한 영향이다. HDC아이파크몰 관계자는 “과거 쇼핑몰이 주말에 마음먹고 오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퇴근 후 맛집을 찾거나 인기 팝업을 즐기기 위해 찾는 장소가 됐다”며 “빠델구장 등 스포츠 시설은 평일 오후 시간대엔 코트를 잡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의 대명사’로 불리는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평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인기 팝업은 보통 주말 직전인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여는 게 대부분인데, 올해 들어 ‘에버랜드 바오하우스’ 등 월요일에 시작하는 팝업이 늘었다. 그 결과 지난달 더현대서울의 평일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었다. 같은 기간 주말 매출은 4.1% 증가하는 데 그쳤다.‘휴가철 비수기’도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이달 1~25일 기준 신세계백화점 매출과 방문객은 1년 전보다 각각 9.6%, 8.4% 늘었다. 롯데백화점(10%), 현대백화점(8.9%) 등도 일제히 작년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오고 있다. HDC아이파크몰은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 넷째주와 다섯째주에 평일 방문객이 급증해 주말 객수 대비 73%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고물가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에 머무는 사람이 늘자 복합쇼핑몰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현대서울,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은 무더위와 열대야를 피하는 동시에 쇼핑, 맛집,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대체 피서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