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차 타자" 이달에만 가계빚 10兆 늘 듯

3년만에 최대폭 증가 전망

스트레스DSR 2단계 앞두고
9월 규제 전 '영끌' 대거 몰려
보험사·은행, 금리 역전되자
당국 "2금융 주담대도 점검"

"정부, 금리 인상 유도해놓고
이제와 가계빚 책임 떠넘겨"
< 북적이는 은행 >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막판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8월 가계대출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서울의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상담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가계부채 폭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달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앞서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정부의 금리 개입으로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가 은행권보다 낮아지는 초유의 현상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보험사 주담대도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본지 8월 24일자 A1, 5면 참조

막차 수요에 가계대출 급증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6일 “지난주까지 가계대출이 7조원가량 늘어났으며 수도권 중심의 주택 구매 수요가 여전히 강해 8월 월간 가계대출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10조원 이상 늘어나면 2021년 7월(15조2000억원) 후 최대치다. 당시엔 주담대가 7조5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도 4조원 급증했다. 집값 상승에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까지 겹쳐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가 절정이던 시기다.최근 가계부채 상황도 2021년처럼 영끌이 재연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권 월별 가계대출은 7월(5조3000억원)까지 넉 달 연속 4조~5조원씩 불어났다. 가계부채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주담대는 지난달 5조4000억원 늘어났다. 대출 여력이 큰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했다.

이달 가계부채 급증은 다음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전에 대출을 더 많이 받으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9월부터 수도권은 1.2%포인트, 비수도권은 0.7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보험사 주담대 실태 파악”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지목된 보험사 주담대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보험사 등 2금융권의 주담대는 통상 은행보다 금리가 0.5~1%포인트가량 높다. 하지만 최근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동조한 은행들이 잇달아 주담대 금리를 올리면서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최저금리 기준 주요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연 3.1%, 5대 은행은 연 3.6%대다. 보험사 대출은 DSR이 50%로 은행(40%)보다 높아 대출 한도도 많다. 이런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보험사 주담대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 주담대는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전체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장에서 과도한 권유 등 비정상적 영업 행태가 나타나지 않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기준 51조2000억원으로 3월 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6월 말 전체 주담대 잔액은 802조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 책임 회피 ‘논란’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이 상당 부분 정부의 엇박자 정책에 따른 것임에도 당국이 되레 은행 등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최근 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부응해 은행권이 두 달간 20여 차례 대출 금리를 올리는 동안 잠자코 있다가 실수요자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확산하자 돌연 은행 탓을 하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 정책 전반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면서 시장 혼선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며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이 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