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한적한 여행을 위한 추천 여행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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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에서 소백산 등산으로 힐링을.정상 올라가면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 솔솔
통영에서는 연필 등대에서 낭만을
▶ 영주, 소백산겨울이면 산의 머리가 하얗고 소담스러운 눈으로 뒤덮인다는 소백산의 이름에는 희고, 높고, 거룩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꼭대기에 이고 있던 찬 서리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것인지, 소백산에 올라 산기슭의 녹음을 바라보는 맛에는 기분 좋게 서늘한 기운이 어려 있다.
충청북도 단양군과 경상북도 영주시 사이를 가로지르는 소백산에는 신라 선덕여왕 때 터를 잡은 산사인 희방사가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내륙지방에서 가장 큰 폭포라고 하는 희방폭포가 위엄을 드러낸다.
여름이면 산사는 신기하게도 시원한 기운을 품고 있다. 한여름에 찾은 소백산에는 이렇게 청량한 선물이 가득하다. 요즘은 정상석에서 기념 촬영하는 것이 유행이라 사진 촬영하는 데 1시간은 족히 걸리기도 한다.
고택에서 느끼는 한적함
▶안동, 만휴정초록이 우거진 여름 산을 병풍처럼 두른 만휴정은 조선시대 문신인 김계행의 가옥으로, 안동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고택이다. 가옥의 앞쪽은 3면이 개방된 누마루 형식으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지었는데, 전면 쪽을 고스란히 개방해 툇마루로 구성한 예는 흔하지 않다고 한다.
담장 앞으로는 낮은 개울이 흐르고, 대문 앞에는 폭이 넓지 않은 다리 하나가 놓여 있다. 집을 나설 때는 대문을 나서자마자 고개를 아래에 두고 천천히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쉽게 들뜰 수 있는 집 떠나는 마음을 한 차례 지그시 눌러준다. 귀가할 때는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온전히 마무리하기 위해 오히려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자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
발을 딛는 공간마다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옛 가옥의 정취가 황홀하다.
선비가 걸었을 길 따라 걸으며 사색을
▶문경, 문경새재도립공원문경새재는 조선시대 때 영남지역에서 소백산맥을 넘어 한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선 이 길을 이용해야 했다. 문경새재는 정상 높이 642m의 언덕으로 요새 지형을 띠고 있어 여러 주요 시설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조선시대 배경의 오픈세트장을 조성하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등의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다.
몽돌해변 바닷바람 시원한 로컬 여행
▶거제, 매미성매미성은 2003년 여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거제 시민이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쌓아 올린 벽이다. 바닷가 인근에서부터 네모 반듯한 돌과 시멘트로 쌓은 매미성은 뜻밖에 마치 유럽 지중해 풍경을 연상하게 하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탄생했다.
매미성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방문객이 늘고 인근에 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생겨났다.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늘어난 관광객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부족할 지경. 다행히 다른 이들을 배려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즐기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 매미성 앞 시원한 몽돌해변까지 아낌없이 누려보자. 조금씩 양보하며 안전하게.
그림 같은 바다 절경 감상은 덤
▶남해, 송정솔바람해변깨끗한 백사장과 쪽빛 바닷물이 인근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남해의 송정솔바람해변. 특히 해안선 주변이 바위로 이루어져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호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파도가 온화하게 넘실거려 서핑을 즐기기에도 좋다. 바닷가 주변으로 잔디가 깔린 생태주차장을 조성해 멀리서 차를 가지고 이곳을 찾은 서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인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등대길
▶통영, 연필등대통영의 도남항에는 연필 모양의 등대가 자리 잡고 있다. 통영 출신의 문인과 예술가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연필 모양으로 지어진 등대로 마치 하늘을 종이 삼아 등대가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등대에는 유치환의 ‘깃발’, 김춘수의 ‘꽃’, 김상옥의 ‘봉선화’와 같은 명작이 각인되어 있다. 예부터 사람 냄새 진하게 풍기는 통영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탄생했다. 협조 :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이선정 한경매거진 기자 sj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