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연민 느끼고, 고래는 감사함 알아… 동물도 감정이 있다 [서평]


마크 베코프 지음
김민경 옮김
두시의나무
424쪽
2만4000원
©Getty Images Bank
우리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인간이 더 영리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 슬픔, 기쁨, 불안, 분노, 애정과 같은 감정은 인간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일까?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도 풍부한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며 인간이 유일하지도 독특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는 마크 베코프 미국 콜로라도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명예교수가 동물의 행동과 감정에 관해 쓴 책이다. 2007년 초판이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그동안 논외의 대상이었던 동물들의 마음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7년이 지난 지금이 그의 주장이 대체로 사실로 입증되면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동물 복지’라는 개념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관심이 있다. 저자는 그동안 쌓여온 새로운 연구 결과를 추가해서 전면 개정판을 냈다.일반적으로 감정은 공포, 행복, 슬픔과 같은 의식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은 ‘일차적 감정’과 후회, 갈망, 질투와 같은 좀 더 미묘한 ‘이차적 감정’으로 나뉜다. 개가 이빨을 드러내거나 으르렁거리는 행동은 서로 다른 상황과 맥락에 따라, 또는 누가 관련됐고 어떤 공간에 있는지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가 질투심을 느끼는 경우, 인간이 질투심을 느낄 때처럼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된다.

저자는 흥미로운 동물들의 실험을 소개하면서 동물들도 이차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전한다. 특히 공감 능력과 연민은 동물들이 보여주는 주요 감정이다. 굶주린 붉은털원숭이는 자신이 먹이를 먹으면 다른 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을 보고, 먹이를 먹지 않으려고 했다. 쥐가 덫에 걸린 다른 쥐를 풀어주고, 다른 쥐가 물에 빠져 죽는 모습을 보고 초콜릿을 먹다가 그만두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밧줄에서 풀려난 고래는 자기를 구해준 잠수부에게 다가가 주둥이를 비비대고 퍼덕였다. 이런 감정은 인간의 친절에 대해 고래가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코끼리들은 죽은 동료를 발견하면 그 위에 흙을 뿌리면서 매장 의식을 벌였다. 그들은 밤을 지새우면서 무덤 곁을 지키고 동이 틀 무렵에야 마지못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코끼리들은 연민의 감정을 같은 무리에 속하지 않은 코끼리에게도 보인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유전적 연관성이 없는 다른 종들에게도 보인다는 사실도 연구자들은 밝힌다. 저자는 동물의 감정이 중요한 이유는 오만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동물의 감정적 삶을 존중하지 않으면 ‘동물과 자연을 상대로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위험한 사고에 빠지게 된다. 동물의 감정과 공감 능력은 인간의 행복에도 꼭 필요한 요소라고 전한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