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지는 '전기차 포비아'...배터리 내재화 강화로 이어져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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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 P&P Advisory 상무
이달 1일 인천에서 전기차 화재로 주차장 전체가 전소되는 큰 사고가 있었다. 사고 이후 자동차 소비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일종의 ‘전기차 포비아’가 형성되고 있다. 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되었다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의 원인도 모르고, 그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만은 사실이다.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확신하고 앞다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는 기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에 큰 불이 떨어졌다. 중장기 제품 전략에 대한 검토는 물론이고 자칫 지금까지 힘들게 구축해온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의 배터리 문제를 해당 차량 전체의 문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기업들은 냉정하고도 합리적으로 대응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 차량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우선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에서 30~50%가량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기차 수명, 충전 시간, 주행 거리 등 전기차 핵심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예외 없이 배터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배터리 제작사들과 긴밀한 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나아가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내부 배터리 설계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과 방향에 대해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품을 다수의 모듈로 분할하고 결합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방법론인 모듈러 디자인의 관점으로 보면 비교적 명확해진다. 모듈러 디자인에서는 제품을 구성하는 모듈의 특성에 따라서 개발 및 구매하는 방법을 달리할 것이 필요하다. 핵심 모듈인가, 비핵심 모듈인가를 규정하고 또 고정 모듈인가, 변동 모듈인가를 구분해서 운영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다. 첫 번째, 자동차의 범퍼나 핸들과 같은 비핵심 모듈 중 고정 모듈인 경우에는 외부에서 제작하되 다수 제품에 공통으로 적용되므로 기본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원가 절감에 유념해야 한다. 두 번째, 자동차 시트나 오디오, 조명과 같은 비핵심 모듈 중 변동 모듈인 경우에는 외부에서 제작을 하되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효율화에 핵심을 둔다. 마지막으로 엔진이나 변속기, 제동시스템 등 핵심 모듈이라면 고정 모듈이든 변동 모듈이든 관계없이 내부 설계 및 제작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상대적으로 비용 보다는 품질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모듈러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확실히 마지막 카테고리에 속한다. 즉 핵심 모듈인 것이다. 그러므로 내부에서 설계를 하고 제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내재화를 도모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현재 완성차 기업들 중에 배터리를 직접 제조할 수 있을 만큼 내재화한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배터리 업체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 견고한 특허 장벽을 단시간에 넘어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과가 불투명한 내재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원가 절감에 집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핵심 모듈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버려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내재화한다’는 것이 반드시 직접 설계, 양산화, 상품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직접 생산을 하지는 않더라도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그것을 기초로 설계, 양산, 품질에 대한 역량을 확보하는 정도로도 ‘부분 내재화했다’라고 볼 수 있다. 핵심 역량을 내재화한 완성차 기업이라면 역량 있는 파트너, 즉 배터리 제조사와 성공적인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자사 완성차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모듈을 선택하고 보완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품질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내재화 수준을 갖추고 있다면 배터리 업체들을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완성차 업체들이 앞에서 살펴본 모듈러 디자인적인 관점을 무시하고 원가 중심으로만 모듈을 바라봐서 가격이 싸지만 성능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배터리를 선택하거나, 단기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해서 배터리 내재화 노력을 멈춘다면 힘들게 쌓아온 유무형 자산을 스스로 위태롭게 만드는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내재화 전략이 원가 절감을 무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정한 원가 절감 역량은 근본적으로 설계 역량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생산 원가가 높은 방식으로 설계가 될 경우 아무리 양산과 구매 과정에서 원가를 절감하려고 노력해도 효율화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즉, 내재화 전략은 궁극적으로는 원가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배터리에 대한 관심과 주목도 덕분에 아마도 현재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배터리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완벽한 내재화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성능, 품질, 원가 면에서 경쟁력 있는 모듈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중장기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이달 1일 인천에서 전기차 화재로 주차장 전체가 전소되는 큰 사고가 있었다. 사고 이후 자동차 소비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일종의 ‘전기차 포비아’가 형성되고 있다. 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되었다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의 원인도 모르고, 그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만은 사실이다.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확신하고 앞다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는 기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에 큰 불이 떨어졌다. 중장기 제품 전략에 대한 검토는 물론이고 자칫 지금까지 힘들게 구축해온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차의 배터리 문제를 해당 차량 전체의 문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기업들은 냉정하고도 합리적으로 대응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 차량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우선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에서 30~50%가량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기차 수명, 충전 시간, 주행 거리 등 전기차 핵심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예외 없이 배터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배터리 제작사들과 긴밀한 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나아가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내부 배터리 설계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과 방향에 대해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품을 다수의 모듈로 분할하고 결합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방법론인 모듈러 디자인의 관점으로 보면 비교적 명확해진다. 모듈러 디자인에서는 제품을 구성하는 모듈의 특성에 따라서 개발 및 구매하는 방법을 달리할 것이 필요하다. 핵심 모듈인가, 비핵심 모듈인가를 규정하고 또 고정 모듈인가, 변동 모듈인가를 구분해서 운영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다. 첫 번째, 자동차의 범퍼나 핸들과 같은 비핵심 모듈 중 고정 모듈인 경우에는 외부에서 제작하되 다수 제품에 공통으로 적용되므로 기본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원가 절감에 유념해야 한다. 두 번째, 자동차 시트나 오디오, 조명과 같은 비핵심 모듈 중 변동 모듈인 경우에는 외부에서 제작을 하되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효율화에 핵심을 둔다. 마지막으로 엔진이나 변속기, 제동시스템 등 핵심 모듈이라면 고정 모듈이든 변동 모듈이든 관계없이 내부 설계 및 제작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상대적으로 비용 보다는 품질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모듈러 디자인의 관점에서 보면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확실히 마지막 카테고리에 속한다. 즉 핵심 모듈인 것이다. 그러므로 내부에서 설계를 하고 제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내재화를 도모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현재 완성차 기업들 중에 배터리를 직접 제조할 수 있을 만큼 내재화한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배터리 업체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 견고한 특허 장벽을 단시간에 넘어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과가 불투명한 내재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원가 절감에 집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핵심 모듈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버려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내재화한다’는 것이 반드시 직접 설계, 양산화, 상품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직접 생산을 하지는 않더라도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그것을 기초로 설계, 양산, 품질에 대한 역량을 확보하는 정도로도 ‘부분 내재화했다’라고 볼 수 있다. 핵심 역량을 내재화한 완성차 기업이라면 역량 있는 파트너, 즉 배터리 제조사와 성공적인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자사 완성차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모듈을 선택하고 보완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품질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내재화 수준을 갖추고 있다면 배터리 업체들을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완성차 업체들이 앞에서 살펴본 모듈러 디자인적인 관점을 무시하고 원가 중심으로만 모듈을 바라봐서 가격이 싸지만 성능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배터리를 선택하거나, 단기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해서 배터리 내재화 노력을 멈춘다면 힘들게 쌓아온 유무형 자산을 스스로 위태롭게 만드는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내재화 전략이 원가 절감을 무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정한 원가 절감 역량은 근본적으로 설계 역량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생산 원가가 높은 방식으로 설계가 될 경우 아무리 양산과 구매 과정에서 원가를 절감하려고 노력해도 효율화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즉, 내재화 전략은 궁극적으로는 원가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점차 높아지고 있는 배터리에 대한 관심과 주목도 덕분에 아마도 현재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배터리 내재화에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완벽한 내재화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성능, 품질, 원가 면에서 경쟁력 있는 모듈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중장기적인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