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베일리 "인플레 승리 선언 이르다"…파운드화 29개월만 최고치

美 파월과 다른 英 베일리
사진=한경DB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금리 인하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2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은 제롬 파월 의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기조를 보인 베일리 총재의 발언이 외환 시장에 반영되면서다.

◆파운드 1.33달러 육박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 통화 중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는 파운드화는 이날 장중 달러 대비 가치가 1.3267달러를 찍었다.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다. 런던 시간 기준 28일 오전 1시 30분 현재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소폭 상승한 1.3258달러에 거래 중이다.
최근 2년 파운드 당 달러 가격(사진=FT캡처)
시장은 지난 23일 잭슨홀 미팅에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의 발언을 뒤늦게 소화했다. 26일은 영국 공휴일로 런던 금융시장이 휴장했기 때문이다.

베일리 BOE 총재는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금리를 너무 빨리 또는 너무 많이 내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금리 인하의 시기가 왔다”며 다음 달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베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빅컷’ 가능성까지 열어둔 파월 의장에 비하면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환중개업체 발린저 그룹의 카일 채프먼 분석가는 “파월의 금리 인하 신호와 베일리의 신중한 입장 사이의 현저한 대비가 파운드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FT 역시 “투자자들이 BOE보다 Fed가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파운드화가 강세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가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왼쪽)과 티프 매클럼 캐나다중앙은행 총재(가운데), 앤드루 베일리 영국은행 총재가 지난 23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앞에서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英 금리 인하 급하지 않다?

FT는 최근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인 이유로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 데이터와 키어 스타머 정부의 성장 촉진 개혁 기대를 꼽았다. 지난 22일 발표된 8월 영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4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52.9)를 웃돌았다. 전월(52.8)과 비교해서도 상승했다. 서비스업 PMI는 53.3으로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제조업 PMI는 52.5로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15일 발표된 2분기 경제 성장률(0.6%)은 1분기(0.7% 성장)에 이어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며 경기 회복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물가에 압력을 주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목표치(3%)만큼 떨어지지 않아 BOE의 고민이 깊어졌다. 영국의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올해 들어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서비스 인플레이션(사진=트레이딩이코노믹스 캡처)
노동시장 역시 강하다. 4~6월 영국 임금 상승률은 2년 만의 최저치인 5.4%로 둔화했지만 실업률은 예상외로 하락했다. 제프 유 BNY멜론 외환 전략가는 “영국의 연간 임금 상승률은 금리 인하를 촉구할 만한 긴박감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FT에 전했다.

일본 최대 금융 그룹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의 데릭 할페니 리서치 헤드는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의 빠른 하락과 BOE의 신중함이 결부돼, 내년 중반께 영국은 주요 10개국(G10) 중 가장 매력적인 실질 정책금리 수준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는 파운드에 대한 지지력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분석가들은 다음 달 6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에 따라 미국 금리 인하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고용데이터가 부진하다면 Fed는 더 빠른 금리 인하에 베팅할 수 있고, 이는 달러화 움직임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