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를 두 손 꼭잡고 견딘 두 소녀, 그 눈부셨던 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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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정대건의 소설처럼 영화읽기나폴리 4부작이라고 불리는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나의 눈부신 친구>는 레누와 릴라 두 여인의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의 우정과 성장을 다룬 이야기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이 소설을 드라마 시리즈의 명가 HBO에서 최초로 비영어 시리즈로 제작해 화제가 됐다.세계적인 미항으로 알려진 ‘나폴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상상할 법한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레누와 릴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배경은 1950년대 나폴리 외곽의 가난한 동네이다. 바다는커녕 무채색의 잿빛으로 가득한 동네는 사방이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은행원의 딸인 레누는 초등학교 학급에서 가장 총명한 아이라고 칭찬받던 중이었다. 까무잡잡하고 조그마한 소녀 릴라가 주목받기 전까지는. 읽고 쓰는 법을 모르는 1학년들 사이에서 릴라는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단어를 혼자 깨쳤고, 그 일로 선생님의 주목을 받는다. 이때부터 레누는 릴라에게 경쟁심을 가지는 동시에 묘하게 끌리는 감정을 갖게 된다. 일평생 가져가게 되는 둘의 관계성이 흥미롭다.가난한 나폴리 지역에다가 여성들의 인권이 좋지 않던 시기였지만 그 안에서도 은행원의 딸인 레누와 구두장이의 딸인 릴라는 교육의 기회에 차이가 생긴다. 중학교에 진학하는 레누와 달리 총명하기로 유명했던 릴라는 가족의 반대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다. 그러나 릴라는 운명에 조곤조곤 순응하지 않는 여성이다. 매사에 망설이고 확신을 갖지 못하는 레누와 달리 릴라는 확고하다. 레누는 릴라를 통해 모험하고 성장한다.둘은 그렇게 경쟁심과 우정을 지닌 채로 유년 시절의 여러 모험을 거친다. 그러다 둘 사이에 니노라는 남자의 등장으로 애정 관계로 얽히기도 한다. 성인이 된 레누는 나폴리를 벗어나 대학 교육까지 받고 작가가 된다. 어릴 때 재능이 넘치던 릴라의 글을 읽고 칭찬하던 것은 레누였다. 릴라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지 자꾸만 상상하게 된다.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60년에 걸친 일대기를 지켜보는 것은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의 여정을 함께 하는 듯한 만족감을 준다. <나의 눈부신 친구> 시리즈의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네 번째 시즌이 9월 공개 예정이다.정대건 소설가·감독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
HBO에서 최초 비영어 시리즈 제작
드라마 시리즈
"네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빛을 잃어"
시대와 씨름하고 세상에 맞서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