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미실현 소득'에도 세금 부과…해리스 공약에 '발칵'

순자산이 1억 달러 이상인 사람 대상
미실현 자본 소득에 25% 세율 적용
"투자자산 매각 강요하는 것"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고소득 가구의 실현되지 않은 자본소득에 대해서도 사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미실현 소득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았던 미국 세제를 뒤흔드는 공약이라는 평가다. 이미 월가에서는 이같은 해리스 부통령 선거캠프의 공약과 관련해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율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차별화한 경제 공약을 내세우는 데 계속해서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고소득 가구 세금 인상

해리스 부통령의 이같은 세제 공약은 그의 선거캠프가 마크 골드윈 책임예산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존에 제안한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3월 2025 회계연도 세입 제안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의 세금은 변함없거나 낮추는 한편, 기업과 고소득 가구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것이 해당안의 핵심 내용이다. 특히 세수 제안 목록 중에는 순자산이 1억 달러 이상인 사람에게 미실현 자본 소득을 과세 대상 소득의 일부로 포함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세율은 25%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현재 자본소득은 자산을 매각할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같은 세제 공약과 관련해 보수 진영에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그로버 M. 헤르만 연방 예산 센터의 EJ안토니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이 제안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매년 투자 자산의 일부를 매각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며 “이 아이디어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금융과 경제에 대해 완전한 무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당 세금이 주가수익비율이 높은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같은 연구소의 리처드 스턴 소장은 “올해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약 1조 1800억 달러에서 3조 1600억 달러로 증가했다”며 “세금이 모든 미실현 이익으로 확대되면 연간 수익이 약 400억 달러에 불과한 회사의 주주에게 4950억 달러의 세금 청구서가 부과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 측은 또 상위 0.01% 가구는 매년 최소 25%의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했다.

입법될지 미지수

해리스 부통령의 미실현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는 현실화하는 데는 작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과 하원 의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은 데다, 통과한다 해도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해리스 부통령 선거캠프는 이 밖에 개인의 최고 한계 소득세율을 44.6%로 올리는 안도 추진한다. 현재 미국에선 △자본 이득 23.8% △일부 사업 소득 29.6% △임금 소득 39%의 최고 세율이 적용된다.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도 현재 21%에서 28%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의 최저 세율은 15%에서 21%로 올리고, 해외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는 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미국 대기업들이 포함된 ‘미국의 세금을 공정하게 줄이기 위한 연합’은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공약은 물가 상승, 임금 하락, 일자리 감소라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연간소득 40만 달러 이하 가구에 대한 세금 인상은 없을 것으로 약속했다. 또 대부분의 자녀에게 3000달러, 6세 이하 자녀에게는 3600달러의 세액 공제도 해 줄 계획이다. 신생아에 대해선 해당 연도에 6000달러의 세액 공제안을 마련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약 5조 달러의 세금을 인상하고, 다른 세금은 4조 달러 이상 감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