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화재 불안감 여전…배터리·냉각 시스템 점검해야

2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열린 아파트 지하주차장 긴급 소방안전 실태조사에서 소방관들이 자동차 화재를 가정해 스프링클러 작동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달 초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지하주차장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했다. 이후 비단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주차중 차량에 불이 붙는 사고가 연일 보도되며 자동차 화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새벽에도 서울 중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가 출동하고 주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3일에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전기 이륜차 배터리 충전시설에서 불이 나자, 폭발을 우려한 소방 당국이 인근을 통제하고 전력을 차단해 1시간 만에 진화했다.같은날 경기도 평택에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전기차는 아니어서 30여 분 만에 불길이 잡혔다. 전문가들은 "오래된 차량은 고온에 취약해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차량의 사용 연수와 주행거리에 따른 주요 부품의 점검 및 사전 예방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 화재는 주로 엔진룸, 배터리, 연료 계통, 배기 시스템에서 발생한다. 특히 엔진룸은 전체 차량 화재의 약 50%를 차지하는데, 이는 연료, 배터리, 전기 배선 등 발화 가능성이 높은 요소들이 밀집된 부위이기 때문이다. 폭염이 지속되면 엔진의 냉각 효율이 떨어져 과열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화재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배터리 역시 고온에 매우 민감해 과열과 폭발 위험이 커질 수 있다.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차량 중 약 35%가 1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이다. 이러한 차량들은 특히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각 차령과 주행거리에 따라 부품 점검이 필수적이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차령 5년 이하, 주행거리 10만 km 이하(전기차 포함)인 차량에 대해서는 배터리와 냉각 시스템 점검을 추천했다. 특히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온에서 과열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점검이 중요하다.

차령 6~10년, 주행거리 10만 km 이상 차량이라면 연료 계통과 전기 배선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고온에서 이러한 부품이 빠르게 열화돼 화재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차령 10년 이상, 주행거리 15만 km를 넘은 노후 차량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연료 호스와 탱크는 경화되거나 균열이 발생할 위험이 크고, 전기 배선의 절연체가 열화돼 단락(쇼트) 가능성이 증가한다. 특히 디젤 차량의 경우 DPF(디젤 미립자 필터)의 점검이 중요하다.

유럽연합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디젤 차량의 DPF 내부에 축적된 카본이 고온에서 발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배출 시스템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DPF 내부 온도가 1,000°C에 도달할 경우, 배출 시스템이 손상되거나 차량 전체에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엔진과 배기 시스템 등 고열 부위의 온도가 일시적으로 급상승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 부품이 손상되거나 용융될 가능성이 있다. 알루미늄의 용융점은 약 660°C, 철은 약 1538°C에서 용융된다. 이러한 금속 부품이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강도가 저하되고,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차량 내부의 플라스틱 소재는 약 120°C에서 250°C의 온도에서 변형되거나 용해되어 화재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차량 화재는 엔진과 배기 시스템, 내부 부품들이 고온에 노출되면서 더욱 확산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배터리 온도, 냉각수 수준, 연료 냄새, 배기가스 색깔, 전기 배선 상태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