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후 규제가 부른 레지던스 대란, 정부는 뒷짐만

전국 10만 실이 넘는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이 가뜩이나 침체한 부동산시장을 짓누르는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올랐다. 주거 목적으로 레지던스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은 정부의 주택 용도 사용 불허에 ‘사기 분양’이라며 계약 해지 줄소송을 벌이고 있다. 분양대금을 받지 못한 시행사·시공사는 송사에 더해 유동성 위기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이런 곳이 전국 18개 단지에 달한다. 중도금 대출은 물론 입주도 임대도 막힌 계약자들은 발만 구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숙박업 등록이나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을 못 한 레지던스 소유주들은 당장 내년부터 매년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처지다. 시행사 파산과 PF 대주단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지만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레지던스는 2010년대 들어 장기 체류 관광객의 숙박시설로 국내에 본격 도입됐다. 하지만 초기부터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 속에 숙박과 주거의 경계가 모호한 부동산 상품이었다. 지난 정부 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아파트 대체재’로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투자 수요도 몰렸다. 세금과 대출 규제 문턱이 낮고 주차장, 학교시설 확보 부담도 적어 인기를 끌었다.사실상 대다수 레지던스가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주거용 상품으로 분양 광고를 해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던 정부가 ‘주거는 불법’이란 칼을 빼든 게 2021년이다. 지난해 10월까지 일부 기준을 완화해 주거용 오피스텔로 한시적 용도 변경을 허용했지만 변경은 1% 수준에 그쳤다. 지구단위계획상 용도 변경이 어렵거나 복도 폭, 주차장 규모 미달 등의 이유로 지방자치단체가 불허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사태가 여기까지 오는 데 방치한 책임이 있는 만큼 더 큰 혼란이 오기 전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업계 희망대로 기존 레지던스를 준주택으로 일괄 전환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아우성인 상황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행강제금 부과 연기 등 한시적 조치에 그칠 게 아니라 이 기회에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