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 "美·中 군사회담 확대"

베이징서 왕이와 이틀째 회동

왕이 "美, 과잉생산 거론 멈춰야"
바이든·시진핑 회담 개최 논의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 장관(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과 이틀째 회동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중 간 군사회담을 확대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과 왕 장관은 전날 베이징 근교 휴양지 옌치후에서 회담과 만찬을 한 뒤 이날 다시 대면했다. 설리번 보좌관이 대만해협 등 지역에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양국 군사회담을 전구(戰區·독자적으로 맡아 전투를 수행하는 구역) 사령관급으로 확대하길 바라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그는 중국이 미국 내 사회문제인 ‘좀비 마약’ 펜타닐의 원료가 되는 화학물질 개발을 막고 인공지능(AI) 안전 기준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왕 장관은 자국 반도체 제조 업체를 겨냥한 미국의 다양한 수출 통제 조치에 불만을 제기하고 대만에 대한 주권 주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왕 장관은 “대만은 중국에 속하며 중국은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위험”이라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양자 조약을 구실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필리핀의 영유권 침해 행위를 지지하거나 묵인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왕 장관은 이어 무역장벽 문제에 대해 “미국이 경제, 무역,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억압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기 위해 중국의 과잉 생산력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설리번 보좌관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한다”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TV는 보도했다. 그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 측과 전략적 소통을 계속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무역장벽 문제와 관련해 “미·중 사이에는 이견과 경쟁이 있고 협력이 필요한 분야도 많다”며 “상대방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경쟁 또한 건전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양측은 가까운 시일 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내년 1월 바이든 대통령 퇴임 전 시 주석과의 마지막 회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세민/임다연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