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인자, 미국과 핵협상 시사…"장벽 없다"

하메네이 "어떤 장벽도 없다"
개혁파 대통령 행보에 맞춘 듯
(사진=AFP)
이란의 권력 서열 1위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핵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이란 국영 TV로 방송된 영상에서 “적과 협상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고 장벽도 없다”며 미국과 핵 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적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도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 행정부와 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지난달 말 취임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대선 운동 당시 이란 경제를 마비시킨 서방의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핵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국제사회에선 중도 개혁파 대통령 때문에 이란과 서방 간 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제재 완화 목표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의 보수 강경파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실제 협상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 전문가인 메르자드 보루제르디 미주리과학기술대 교수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발언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그의 발언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 역시 협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미국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때인 2018년 ‘이란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레이 타케이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과거 이란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보고 협상 가능성을 배제했다”며 “이번 발언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때를 대비한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해 “이란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양국 간 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