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없다" 수차례 소명해도…지자체는 '데이터센터 님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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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허가 내주고도 '첫삽' 못뜨게 하는 지자체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데이터센터착공 신고를 반려하는 ‘행정 태업’을 벌인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절차에 따라 건축허가를 내주고도 주민 반발이 나오자 사업자에 ‘주민 협의가 부족했다’거나 ‘상생 방안을 내놓으라’며 착공을 지연시키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자체의 이 같은 눈치 보기 행정에 추진 단계에서 사업이 엎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 주민 반발 이유로 외면
고양시, 마그나PFV 착공 반려
김포시는 기업에 행정소송 당해
지방은 데이터센터 유치 사활
춘천·충주·강릉 등 앞다퉈 추진
세수 확보·기업 유치 효과 기대
"정부가 미래산업 필요 설득해야"
○허가 내준 뒤 반발 나오면 ‘뒷짐’
28일 데이터센터 착공 신고 반려를 결정한 경기 고양시는 ‘주민 상생 방안과 지역경제 발전효과 소명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일부 주민의 반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의 고용효과, 연간 세수 규모 등을 미리 알고 허가를 내준 상태에서 이 같은 추가 소명 요구는 시간 벌기용이라는 것이다.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IT) 장비를 한 건물에 모아 관리하는 ‘디지털 호텔’로 불린다. 데이터센터 수가 그 나라의 IT 경쟁력 지표로 활용될 정도다.
이런 IT산업의 심장 격인 데이터센터 건립을 고양시가 막은 1차적 이유는 주민 반발이다. 주민들은 ‘전자파가 건강을 해칠 것’ ‘고양시와 건축주 간 밀실행정을 반대한다’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달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양시에선 유독 주민소환 등 단체장 리더십을 흔드는 일이 잦았고, 이번에도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시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건축주인 마그나PFV는 시가 요구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다는 입장이다. 예정된 공사기간인 2년간 지역 일자리 1만2000여 개를 만들고, 센터 건립 이후에도 상주 인원 44명 중 27명을 지역에서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전자파가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험을 통해 “전자레인지보다 방출량이 적다”고 수차례 해명했음에도 시가 반려를 결정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전자파 유출에 따른) 건강 (문제와) 관련해선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면서도 “회사 차원의 공청회가 없었고 전자파를 측정할 때 주민들이 원하는 업체를 구한다든지 등의 협의가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정상 가동 시 고양시는 완공 시점 기준으로 취득세·지방소득세 등을 합해 95억원을 확보하고 이후 매년 10억원가량의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수도권은 건축 몸살, 지방은 유치 경쟁
김포시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디지털리얼티가 2021년 6월 구래동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허가를 받았고, 지난 5월 착공계를 냈지만 김포시는 지난달 말 착공 신고를 반려했다. 회사는 공사 지연을 문제 삼아 지난달 25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지자체가 건축을 불허하는 사례도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설립한 기흥PFV는 지난 4월 용인시 언남동에 데이터센터 건축 허가를 신청했지만, 지난 13일 용인시가 불허를 통보했다. 주변에 주거지와 중학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구로구에서도 데이터센터 추진 소식이 들리자 반대단체가 설립돼 구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수도권과 달리 비수도권 및 지방 지자체에서는 데이터센터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강원 춘천시는 ‘K-클라우드 파크 클러스터’ 사업을, 충북 충주시는 ‘KATI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데이터센터 집적화를 추진 중이다. 강원 강릉시, 삼척시 등도 집적단지 조성을 계획 중이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상주 인력 확보와 수요 기업 유치를 위해 수도권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전자파 유해성 정보가 과장돼 알려진 측면이 있다”며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기업 유치와 고용 창출 효과가 상당한데 이를 거부하는 건 잠재 이익을 제 발로 걷어차는 것이라는 점을 지자체가 앞장서서 주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시온/김다빈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