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집 살던 70대 할머니의 '기적'…기업 선행에 "반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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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복지지재단, SOS위고로 '기후 약자' 지원비닐하우스에서 보온덮개를 덮고 살아가던 70대 노인과 폭우로 집을 잃은 80대 노부부가 국내 복지재단 도움을 받아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사연이 알려졌다.
수십 년 움집 살던 할머니에게 새 보금자리 생겨
폭우 피해로 겨우 삶 유지한 노부부도 도움받아
"재해로 생계 위협받는 가정 많아…관심 가질 때"
전남 무안에 사는 이정욱 씨(79·가명)는 오랜 시간 움집에서 홀로 외롭게 지냈다. 배우자와 사별했고 아들은 독립해 떠났다. 기초생활수급 가구로 살아가던 이 씨는 매년 여름 장마철이 되면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이 씨가 사는 집은 비닐하우스에 보온 덮개를 덮어 개조한 것이었다. 바닥은 콘크리트 작업을 하지 않아 어지러움을 유발할 정도로 울퉁불퉁했다고. 창문이 없어 햇빛이 들지 않았고 보일러 시설도 없는 집이었다. 화장실은 집 바깥에 떨어져 있었다.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던 터라 집을 옮길 생각조차 못했다. 읍사무소는 이 씨에게 여러번 이주를 권고했으나 보증금을 구할 형편이 안 됐다. 타지에 떨어져 사는 아들 또한 변변치 못한 생계 탓에 이 씨를 돌볼 형편이 안 됐고, 땅 주인이 매년 받아 가는 연세 70만원마저 이 씨에겐 큰 부담이었다.
이 씨의 이런 상황은 우선 관할 주거 안정 담당자에게 전해졌다. 주거 안정 담당자는 “집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험했다. 여기저기 전기선이 늘어져 화재 위험을 걱정하는 민원이 많이 접수돼 이 씨의 집에 방문했다”고 말했다.담당자는 이 씨 상황을 무안군청에 알렸다. 무안군청 사례관리자는 이 씨가 안전한 곳으로 이사 갈 수 있도록 임대주택을 연계하고 대출할 수 있는 자원을 동원해 그를 도왔다. 이후 이 씨는 국민임대아파트 추첨에 당첨됐으나 입주를 위해 필요한 보증금이 발목을 잡았다.
이때 군청 관리자가 찾은 곳이 이랜드복지재단. 기부금과 지원을 위해 재단에 연락해왔다. 재단은 이 씨에게 주거비 명목으로 기부금을 전달했고 이 씨는 지난 5월엔 아들 집과 가까운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재단 도움으로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게 된 이 씨는 주거급여 신청 대상 자격을 갖게 돼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내 생이 움집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쾌적한 보금자리가 마련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재단의 도움을 받은 건 이 씨뿐만이 아니다. 대전에서 아내와 함께 사는 김혁준 씨(81·가명)도 비슷한 도움을 받았다. 이들 노부부는 벽돌집을 개조해 살았는데 지난해 5월 폭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겪었다.
당시 작은방을 비롯한 거실, 안방, 주방에 빗물이 흘러내리고 천장엔 고인 물로 벽지가 내려앉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옥상에서 흘러내린 물이 전선 쪽으로 향해 누전 위험도 컸다.급하게 집수리가 필요했으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부부로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이들은 병원비로 대부분의 돈을 내던 상황이었다. 김 씨는 “비가 들이칠 때 빗물을 퍼내며 밤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기초연금 외에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운 가정이었다. 김 씨의 아들 내외가 김 씨 명의로 차를 구입한 것이 재산으로 취급됐기 때문. 김 씨는 아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며 차량 명의 이전을 요청했지만, 이혼 이력이 있는 아들은 “나도 아이 셋을 혼자 키워 힘들다”며 연락을 끊었다.이 같은 사연을 접한 재단은 ‘SOS위고’ 지원금을 김 씨 부부에게 지원해 지붕 공사를 진행하고 무너진 천장과 벽지를 새롭게 정비했다. SOS위고는 위기 가정 접수 후 골든타임(3일) 내 주거비, 생계비, 치료비, 자립비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생활필수품이 필요한 가정에는 24시간 내 긴급 생필품도 지원한다.
김 씨는 “폭우 피해를 본 후 장마가 지속될 여름과 가을에도 걱정이 컸는데 사회복지사와 이랜드복지재단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이랜드복지재단 관계자는 “태풍, 장마, 화재 등 재해로 인해 생계를 위협받는 어려운 가정이 많다”며 “골든 타임 내 신속한 지원에 따뜻한 마음을 더해 위기의 가정에 일상과 희망을 되찾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