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나쁜 사람"…푸바오 다큐 본 강철원 주키퍼는 왜? [인터뷰+]

'안녕, 할부지' 심형준 감독 인터뷰
"'푸덕이'만을 위한 영화 아냐"
"연출 최소화…영화적 욕심 버렸죠"
/사진=에이컴즈, 에버랜드리조트
"푸바오 팬들인 '푸덕이'들을 위한 영화라기보다, 일반 대중들도 푸바오와 바오패밀리에 '입덕'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모태 슈퍼스타' 푸바오가 스크린에 데뷔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할부지'를 통해서다. 연출을 맡은 심형준 감독은 "이 영화엔 증오가 없다"며 "나같이 평범한 40대 남성도 연인,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이야기"라고 말했다.우리의 영원한 아기 판다 푸바오는 2020년 7월 20일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국내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다. '푸공주', '푸뚠뚠', '푸질머리' 등 애정이 가득 담긴 애칭을 담아 불렀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4월 3일 중국으로 떠난 푸바오는 중국 워룽 선수핑 판다 기지에서 생활 중이다.

이 영화는 중국으로 떠나게 된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마지막 3개월 여정에 집중해 이들의 깊은 유대와 교감을 담담히 그려냈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푸바오와 강철원 주키퍼의 감동적인 재회의 순간까지 담겼다. 그야말로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다.

심 감독은 포토그래퍼,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시작해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그동안 드라마 '플레이어2: 꾼들의 전쟁', 예능 '전현무계획', 영화 '접몽' 등 작품에 참여했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상업 영화에 첫 도전하게 됐다.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상업 감독으로 대성하고 싶다는 욕망은 없다"며 "귀여운 푸바오와 강철원, 송영관 주키퍼의 속내가 궁금해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감독으로서 어떤 영광을 누리겠다기보다 당시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대중에 알리고 싶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푸바오 /사진=에이컴즈, 에버랜드리조트
푸바오를 만나기 전 심 감독은 "40대 중반의 삶에 찌든 아저씨"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그는 "푸바오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깊이 들어갈 기회는 없었다"며 "연출 제안을 받고 다큐멘터리는 해본 적 없어 난감했지만, 유튜브와 '동물농장' 보며 공부하며 사육사들의 삶에 푸바오가 어떻게 녹아있는지 찍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다"고 말했다.

심 감독은 푸바오와 주키퍼들을 통해 동물복지에 관해 관심이 커졌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해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작업을 수락하지 않았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다. 남이 찍어온 걸 보면 배 아플 뻔했다"며 "이 영화를 계기로 사람으로 한단계 발전한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영화 촬영을 할 때 에버랜드 유튜브뿐만 아니라 '동물농장', '푸바오와 할부지' 팀이 함께했었다고. "저는 영화 개봉이 언제인지도 모르는데 그들은 일요일마다 터트리고 하니까 처음엔 큰일 났다 싶었어요. 제가 비주얼적인 영상 일을 해서 시네마틱하게 담는 건 당연한 거였는데, 영화로서 힘이 빠질까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이들이 담지 못했던 깊이감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붐 마이크를 들고 판다 랜드로 향한 날 강철원 주키퍼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심 감독은 "판다들이 놀란다고 말씀해 주시더라. 그분들에게 동물 케어가 최우선인데 저는 푸바오가 대나무 씹는 소리도 사실적으로 담고 싶었다. 바오 패밀리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작은 카메라 장비부터 들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사진= 에이컴즈, 바른손이앤에이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날 강철원 주키퍼의 어머니가 별세했다. 다큐멘터리엔 빈소까지 담겨있었다."하루도 안 빠지고 촬영을 계속하다가 그날은 중국 갈 준비를 하던 중이었어요. 그러다 아침 일찍 전화를 받았죠. 머리가 얼어붙더라고요. 촬영이 아닌 인사 드릴 목적으로 가야겠다 싶어 빈소로 향했어요. 솔직히 왜 이 장면이 영화에 나와야 하나, 내 욕심 아닌가, 도의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버랜드 측에서 오히려 이 이야기는 영화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먼저 이야기 해주셔서 강 주키퍼와 가족의 동의를 얻었죠. 참 슬픈 날이었는데,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써왔으면 뭐 하는 짓이냐고 할 것 같은데 조심스럽게 촬영해야 했죠."

영화엔 강 주키퍼와 어머니가 통화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강 주키퍼는 항상 '사랑합니다'라며 애정을 표현했다. 심 감독은 "감정을 끌어올리려고 하지 않고, 흘러가는 느낌으로 담았다"며 "개인 사정이 있음에도 자신의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강 주키퍼의 모습에만 비중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도, 순탄치 않았던 부분도 강 주키퍼와 푸바오가 3개월 만에 재회하는 모습을 담는 것이었다. 그는 "슬프게만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재회 장면은 무조건 찍어야 했다. 연출로서 욕심이 났다"고 했다.

"푸바오를 3개월 겪은 저도 울컥하고 감정이 올라올 지경인데 강 주키퍼는 저 이상으로 긴장하고 떨리셨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저의 3년 치, 5년 치, 10년 치의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저와 촬영감독 둘이 따라갔는데 감정적으로 너무 떨리고 그래서 카메라 워크가 좀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매우 아쉽습니다."
/사진= 에이컴즈, 바른손이앤에이
심 감독은 푸바오와 재회 당시 강 주키퍼에 대해 "걱정보다 안심하는 모습이었다"며 "푸바오가 현지 적응 중이라 민감한 상태라서 팬들의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조금만 적응하면 적응 잘하겠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푸바오가 강 주키퍼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인지하고 찾아 헤매는 과정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첫날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촬영을 했어요. 사실 비가 와서 푸바오가 비를 피한다고 굴 같은 곳이 들어가 있고 그래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죠. 다음날은 관람객 입장 전 30분만 볼 수 있어서 큰 기대는 안 했어요. 푸바오가 조금 피곤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푸바오가 외실에 나오자마자 대나무를 충분히 먹지 않고 한 바퀴 돌더니 할아버지(강 주키퍼)에게 오는 거예요. 그 주위를 계속 맴돌았어요. 어떻게 해서든 할아버지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출구를 찾기 위한 모습이었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한 번이라도 할아버지가 만져주면 좋을 텐데,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이 짠했죠. 강 주키퍼도, 저도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푸바오가 반환될 때 일부에선 이런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심 감독은 "푸바오의 반환은 대국민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언급하며 "영화를 안 본 사람이면 배구공을 보고 오열하는 톰 행크스가 이해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푸바오도 곰이겠지만 푸바오를 유튜브로, 예능으로 지켜보며 어려운 팬데믹을 이겨낸 사람들에겐 슬플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현지 푸바오 팬들이 강 주키퍼를 보고 달려오셨어요. 웃으며 사진 찍어 달라 그런 게 아니라 울면서 오시더라고요. 중국어를 잘 알지 못하지만 '모친이 돌아가셨는데도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느냐', '감동이고 감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당시 국내에서 푸바오와 이별에 대한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죠.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고 보면 한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기억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에이컴즈, 바른손이앤에이
'안녕, 할부지'엔 푸바오가 떠난 후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도 그려진다. 특히 강 주키퍼와 함께 푸바오를 밀접하게 케어했던 송영관 주키퍼의 사연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푸바오가 떠난 후 송 주키퍼가 푸바오의 대변이 담긴 쓰레기통을 치우시며 오열하시더라고요. 원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분이신데 말이죠. 지금까지 노출되지 않았던 가족들까지 나와서 치유해 주세요. 제 커리어를 걸고 절대 연출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적인 욕심은 포기하고 담백하게 이들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죠"

'안녕, 할부지'는 오는 9월 4일 개봉해 추석 대목까지 가족 관객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심 감독에 따르면 강 주키퍼는 촬영 때 항상 촬영분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고. 하지만 심 감독은 이를 거절했고 최근 내부 시사 때에서야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강 주키퍼는 영화를 관람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안 보여주셨는지 알겠어요. 감독님 너무 나쁜 사람이네요."심 감독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은 말"이라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